돌고래와 비둘기ㆍ치킨까지…신냉전 속 ‘동물 스파이’

입력 2024-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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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돌고래’로 불린 ‘발디미르’ 숨져
인도는 ‘간첩 혐의’ 비둘기 8개월 구금
펜타곤 잠입 암탉, 美 “침투경로 조사”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신냉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강대국 사이에 치열한 정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정보전에 동물을 활용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돌고래부터 비둘기, 심지어 암탉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되기도 한다. 억울하게 스파이로 몰려 구금됐던 비둘기도 있다.

1일(현지시각)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 따르면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벨루가(흰돌고래) ‘발디미르(Hvaldimir)’가 노르웨이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발디미르의 구체적인 사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푸틴의 비밀 첩보원 고래 ‘발디미르’

▲2019년 처음 발견된 이후 '푸틴 돌고래'로 불리던 흰돌고래가 숨졌다. 발견 당시 사람과 친숙하고 수신호에 반응하기도 했다. 몸에는 카메라 고정 하네스(몸띠)가 달려 있어 스파이 돌고래로 의심 받았다.  (AP연합뉴스)
▲2019년 처음 발견된 이후 '푸틴 돌고래'로 불리던 흰돌고래가 숨졌다. 발견 당시 사람과 친숙하고 수신호에 반응하기도 했다. 몸에는 카메라 고정 하네스(몸띠)가 달려 있어 스파이 돌고래로 의심 받았다. (AP연합뉴스)

발디미르는 고래를 뜻하는 노르웨이어 ‘발(Hval)’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 ‘블라디미르(Vladimir)’를 합친 이름이다.

처음 발견된 것은 2019년 4월,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서 어부가 처음 목격했다. 알려진 크기는 길이 4.2m, 무게는 1225㎏에 달한다.

푸틴의 돌고래로 불린 이유도 있다. 처음 발견 당시 발디미르 몸에는 소형 카메라를 장착하기 위한 동체띠(하네스)가 달려 있었다. 이 띠에는 러시아어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고 적혀 있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스파이 고래’ 또는 ‘푸틴의 비밀 첩보원’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앞서 러시아 해군은 일찌감치 군사 목적으로 돌고래 등을 훈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발디미르는 수년 동안 노르웨이와 스웨덴 해안에서 자주 목격됐다. 현지 언론은 “사람과 친근하고 수신호에 반응했다”라며 “훈련된 돌고래”라고 평가했던 바 있다.

▲인도 경찰은 중국 스파이 혐의를 받았던 비둘기를 약 8개월 동안 구금하기도 했다.  (UPI연합뉴스)
▲인도 경찰은 중국 스파이 혐의를 받았던 비둘기를 약 8개월 동안 구금하기도 했다. (UPI연합뉴스)

인도 경찰, 간첩혐의 비둘기 8개월간 구금

인도에서는 간첩으로 몰린 비둘기가 8개월 동안 구금된 사례도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인도 경찰은 ‘중국 스파이’ 혐의를 받았던 비둘기를 풀어줬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비둘기는 작년 6월 인도 뭄바이의 한 항구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다리에 중국어가 적힌 고리를 묶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인도 경찰은 이 비둘기가 중국의 간첩 활동에 연루됐다고 의심했다. 이들은 비둘기를 생포하고 뭄바이의 한 동물 병원으로 이송해 가둬 버렸다.

조사 결과, 해당 비둘기는 대만에서 탈출한 경주용 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경찰은 같은 지역 동물 보호 센터에 비둘기를 인계하는 것으로 풀어줬다. 구금된 지 8개월 만이었다.

▲미국 국방부 건물(펜타곤) 보안 구역에 침입한 암탉의 모습. 국방부는 어떤 경로를 통해 암탉이 보안구역까지 들어왔는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AP뉴시스)
▲미국 국방부 건물(펜타곤) 보안 구역에 침입한 암탉의 모습. 국방부는 어떤 경로를 통해 암탉이 보안구역까지 들어왔는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AP뉴시스)

펜타곤 잠입 암탉, 美 당국 “침투 과정 조사”

미국 국방부에 침입한 닭 한 마리도 조사를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었던 2022년 2월,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보안 구역에 암탉 한 마리가 침입해 소동이 벌어졌다.

암탉이 첩보활동을 했다고 간주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보안구역까지 닭이 들어올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펜타곤은 “보안상 이유로 닭이 발견된 정확한 위치는 공개할 수 없다”라면서 “암탉이 어떻게 보안을 뚫고 펜타곤 내부로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두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펜타곤을 놓고 “이제 헨타곤(Hentagon)이 됐다”라고 비꼬았다. 헨타곤(Hentagon)은 영어로 암탉을 뜻하는 단어 ‘헨(hen)’과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Pentagon)’을 합성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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