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뜨거운 파리, 12일간의 열전…패럴림픽 제대로 알고 보세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4-09-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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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기수 최용범(카누)을 선두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기수 최용범(카누)을 선두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이 지난달 12일(이하 한국시간)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206개국에서 온 1만714명의 선수가 메달을 놓고 벌인 치열한 경쟁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죠. 비록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아직 파리는 열기가 식지 않고 여전히 뜨거운 상태입니다. 바로 지난달 29일 '2024 파리패럴림픽'이 개막했기 때문이죠.

'2024 파리패럴림픽'은 총 184개국에서 약 4400명이 참가했으며, 22개 종목에서 메달을 놓고 12일 동안 경쟁을 펼칩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골볼, 배드민턴, 사격, 사이클, 수영, 역도, 유도, 육상 등 17개 종목에 83명의 선수를 포함해 17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죠. 이는 '1988 서울패럴림픽'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은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20위 진입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앞서 한국은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순위 41위에 올라 아쉬움을 삼켰는데요. 금메달 2개는 '1984 뉴욕패럴림픽' 금메달 0개 이후 한국 대표팀이 기록한 최악의 성적이었죠. 하지만 이번 파리 대회에선 사격에서 조정두(37·BDH)와 박진호(47·강릉시청)가 금메달 2개를 확보해 도쿄 대회와 금메달 타이를 이룬 상황입니다. 이에 한국 대표팀은 목표 달성은 물론 5개보다 더 많은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게 됐죠.

▲1960년 로마에서 열린 첫 패럴림픽 당시 모습 (출처=패럴림픽 공식 유튜브 캡처)
▲1960년 로마에서 열린 첫 패럴림픽 당시 모습 (출처=패럴림픽 공식 유튜브 캡처)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의 패럴림픽…서울 대회서 큰 전환점 맞아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인 선수들의 재활과 사회 참여를 촉진하고 장애인 스포츠의 발전과 보급을 도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죠. 패럴림픽은 인간의 도전과 열정을 상징하는 대회로, 선수들의 노력과 인내심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패럴림픽은 '옆의', '대등한'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접두사 'para''Olympic(올림픽)'을 합친 표현입니다. 원래 패럴림픽은 척수장애인들을 위한 대회로 시작해서 'Paraplegia(하반신 마비)'와 올림픽을 합쳐 'Paralympics(패럴림픽)'로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그러나 점점 참가하는 선수들의 장애 유형이 확대되고 종목이 늘어나는 등 대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이름의 뜻도 바뀌게 됐죠.

패럴림픽은 원래 영국 버킹엄셔의 스토크맨더빌 병원에서 근무하던 신경외과 의사 루드비히 구트만에 의해 시작됐는데요. 1948년에 구트만은 당시 2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들의 재활 프로그램으로 양궁 대회인 '스토크맨더빌 게임'을 개최했는데, 이게 패럴림픽의 시초가 됐죠. 매년 스토크맨더빌에서 열리던 대회는 1952년 네덜란드 선수들이 참여하며 국제 대회로 발전했고, 대회 명칭을 '국제 스토크맨더빌 게임'으로 바꿨어요. 이후 1960년 '제9회 국제 스토크맨더빌 게임'이 올림픽 개최지인 로마에서 열린 것이 최초의 하계 패럴림픽이 됐죠.

점점 대회 종목이나 참가 범위가 확장된 패럴림픽은 '제8회 1988 서울패럴림픽'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이했는데요. 이전의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같은 해에 진행됐지만 다른 장소에서 치러졌죠. 1988년부터는 올림픽과 같은 해, 같은 장소에서 열리게 됐습니다. 더 중요한 건 이때부터 하계 올림픽이 끝난 후 그 도시에서 올림픽 때 사용한 시설을 했다는 건데요. 장애인 올림픽 최초의 성화 봉송도 서울 대회에서 시작됐죠. 패럴림픽이 이름처럼 진정으로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2024 파리패럴림픽' 한국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따낸 사격의 조정두. 조정두의 스포츠등급은 SH1이다. (연합뉴스)
▲'2024 파리패럴림픽' 한국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따낸 사격의 조정두. 조정두의 스포츠등급은 SH1이다. (연합뉴스)

등급에 따라 나뉘는 종목…올림픽보다 메달 개수 훨씬 많아

패럴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 장애 영역은 총 6가지로 나뉘는데요. 팔·다리 장애인(Amputee), 뇌 손상 장애인(Cerebral palsy), 지능 장애인(Intellectual disability), 시각장애인(Vision Impaired), 휠체어 사용 장애인, 기타 장애인(Les autres)이 이에 해당하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청각장애인과 지적장애인 및 발달장애인은 패럴림픽이 아닌 별도의 대회를 진행합니다. 지적장애인 및 발달장애인은 '스페셜 올림픽(Special Olympic)', 청각장애인은 '데플림픽(Deaflympics)'에 참가하는데요.

또한, 패럴림픽은 모든 선수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종목별 등급 분류가 실시되죠. 선수들은 패럴림픽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등급 분류 과정을 거치며, 적격 장애의 정도와 유형에 따라 장애 상태를 평가하고 등급이 배정되는데요. 종목별 특성 및 경기 방식이 모두 달라서 등급 분류 시스템은 모든 스포츠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고, 종목별 고유한 시스템에 의해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탁구는 좌식 5개, 입식 6개 총 11개의 등급이 있습니다. TT(Table Tennis)1~5는 휠체어 선수, TT6-10은 입식 선수, TT11은 지적 장애가 있는 선수에 해당하며, 숫자가 작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등급별로 종목이 나뉘다 보니, 하계 패럴림픽의 금메달 개수는 올림픽보다 훨씬 많습니다.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나올 수 있는 금메달은 1개이지만, 패럴림픽에선 장애 등급에 따라 100m 경기가 나뉘어 총 16개의 금메달이 나오죠. '1984 뉴욕패럴림픽'에서 미국은 무려 137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패럴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만 동계 패럴림픽은 스케이팅, 썰매 관련 종목이 없어 올림픽보다 메달 수가 적습니다.

▲보치아 B3 국가대표 강선희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보치아 B3 국가대표 강선희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다?…독자적인 종목 '보치아'와 '골볼'

패럴림픽에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유래하지 않은 특별한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보치아(Boccia)''골볼(Goalball)'이 그 주인공이죠.

보치아는 가죽으로 된 공을 던지거나 굴려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하여 승패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표적구에 제일 가까운 공을 던진 선수가 해당 엔드에서 승리하며, 점수는 표적구와 패배자의 가장 가까운 공 사이에 있는 승리자의 공 개수로 계산합니다. 개인전과 2인조의 경우 4엔드, 단체전의 경우 6엔드가 한 경기를 이루는데요. 표적에 공을 가까이 붙여야 한다는 점이 동계 스포츠인 컬링과 비슷하지만, 보치아는 컬링과 달리 표적이 이동한다는 특징을 가집니다(물론 빙판도 아니죠).

보치아는 보조자의 도움이 필요한 BC(Boccia)1, 보조자의 도움이 필요 없는 BC2, 보조자·보조장치가 필요한 BC3, 뇌성마비가 아닌 장애를 가진 BC4 등 총 4가지 등급으로 나뉩니다. 주로 BC1, BC2는 스스로 공을 투척할 수 있는 선수가 참여하고, BC3는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선수들이 참가하는데요. BC3에서는 '홈통'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를 도와주는 보조자와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호흡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BC4는 사지에 심각한 운동장애를 지니며 몸을 움직이기 어렵지만, 공을 코트 안에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이 해당합니다.

▲경기 중인 한국 여자 골볼 대표팀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경기 중인 한국 여자 골볼 대표팀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골볼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구기 스포츠입니다. 전·후반 12분씩 진행되며 한 팀은 세 명의 선수가 필드에 나와 경기를 진행합니다. 경기 방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소리가 나는 공을 굴려 상대편 골대에 넣으면 득점에 성공합니다. 모든 선수는 눈을 가리고 오직 청각에 의존해 공을 막아야 하죠.

골볼에 출전하기 위해선 선수의 시력이 10% 미만이어야 합니다. 빛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형태를 인식할 수 없는 B1, 교정시력이 30분의 1을 초과하지 않거나 시야가 5º를 초과하지 않는 B2, 교정시력이 10분의 1을 초과하지 않거나 시야가 20º를 초과하지 않는 B3 등 총 3가지 등급으로 나뉘죠. 모든 선수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불투명 마스크와 안대를 착용해야 합니다.

한국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나온 패럴림픽…이번 대회 유력 후보는 누구?

한국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패럴림픽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1972 하이델베르크패럴림픽'에서 '탁구 TT1'에 출전한 송신남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베트남전 참전 중 목에 총탄을 맞아 척수 장애를 입은 송신남 선생은 피나는 노력 끝에 한국인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도 이분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러 선수가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죠. 이미 사격에서 금메달 2개로 기분 좋게 대회를 출발한 한국 대표팀은 아직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 남아 있습니다.

▲보치아 정호원이 지난해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남자 BC3 개인전 준결승전에서 공을 조준하고 있다.  (뉴시스)
▲보치아 정호원이 지난해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남자 BC3 개인전 준결승전에서 공을 조준하고 있다. (뉴시스)

먼저 '한국 보치아 간판' 정호원(38·강원도장애인체육회, BC3)이 결승에 올라 자신의 4번째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2008 베이징패럴림픽'부터 5회 연속으로 출전하고 있는 정호원은 여태까지 총 6개(금3, 은2, 동1)의 메달을 보유하고 있죠. 정호원이 만일 금메달을 딴다면 한국 보치아는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처럼 '대회 10연패'를 달성합니다.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BC1)도 결승에 올라 있어 최대 2개의 금메달까지 노려볼 수 있어요. 정성준은 2일 오후 6시 40분, 정호원은 다음 날 오전 3시에 결승전을 치릅니다.

▲장애인 탁구 대표팀 주영대가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탁구 대표팀 주영대가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 TT1 금메달리스트 주영대(51·경남장애인체육회)는 대회 2연패에 도전합니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과 올해 5월 열린 '2024 몬테네그로 오픈'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여전히 정상급 기량임을 입증했죠. 이번 패럴림픽 한국 출전 종목 중 가장 많은 선수(17명)가 참가하는 탁구의 맏형이기도 한 주영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반드시 2연패를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선수가 4년간 노력의 결실을 보기 위해 파리에서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재밌게 보셨다면, 패럴림픽에도 관심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올림픽과는 또 다른 감동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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