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기후테크 생태계 조성 절실하다

입력 2024-09-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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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X재단 이사장

탄소감축 실적 따라 크레딧 제공
시장거래 통해 부가이익 얻게 해
모두가 기후행동가 돼야 효과 봐

시간이 갈수록 탄소 감축은 기업 경영에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각종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수출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지 않으면 공급망에서 제외될 위험이 있다. 또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실현하지 못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매우 강력한 무기가 필요한데 그 무기 중 하나가 바로 기후테크다. 기후테크는 에너지, 제조, 농업,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혁신적인 기술을 의미한다. 사업장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다양한 기후테크가 적용되어야 하며 공급망에서의 탄소배출량도 면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사업장의 탄소배출량을 감소하는 것이 국제적 규제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탄소감축에 기여한 기후테크 기업들에는 영업이익을 제외한 부가 이익이나 혜택이 별로 없다. 만약 기후테크기업의 탄소감축 실적에 대해 적절한 탄소크레딧이 제공되고 크레딧이 거래되어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기후테크 기업의 이익구조는 일반기업과 달라진다. 이런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기후테크의 영업이익은 일반 기업보다 더 커질 수 있고 성장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기후테크가 빠르게 성장하여 그 가운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후테크가 등장해야 기후위기 극복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테크가 감축하는 탄소량을 평가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그 양이 작아서 측정되지 않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탄소크레딧은 대규모 프로젝트 단위로 발생하는 탄소 감축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이러한 기여가 기후테크 기업들에 탄소크레딧으로 보상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테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조각탄소감축인증(MCI: Mini Carbon Initiative)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선보였다. 이는 기후테크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탄소 감축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인증하여, 이를 바탕으로 조각탄소크레딧(MCC: Mini Carbon Credit)을 발행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발행된 크레딧은 기후테크 기업에 제공되며, 기업은 이것을 실제 고객과 공유한다.

조각탄소감축인증은 두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다. 첫째, 기후테크 기업의 이익 구조를 다변화하여 이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후테크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탄소 감축에 따른 크레딧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둘째, 기후테크 제품이나 서비스의 탄소 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이들 기술의 실제 기여도를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탄소 크레딧의 수요처를 발굴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현재 조각탄소크레딧은 규모가 작고, 규제 시장이나 자발적 시장에서 아직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기후테크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빠르게 성장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이웃을 위해 사랑의 열매를 구매하듯 지구를 위해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주어야 한다. 자신이 구매한 탄소크레딧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자신이 기후행동가임을 선언해야 한다. 그렇게 모두 기후행동가가 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후위기는 극복될 것이며, 우리 사회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상식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 1톤씩만 줄이면 기후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후테크가 줄인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그들을 응원하자. 보다 강력한 기후테크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앞으로 탄소크레딧이 사회적 지위와 책임감을 표현하는 상징이 되는 사회가 된다면 부자의 개념도 바뀔 것이다. 지구를 사랑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후부자’들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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