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복불복' 게임 같은 내 집 마련

입력 2024-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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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때 샀어야 하나 봐요. 몇 달 만에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 모 씨의 말이다. 김 씨는 내후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목동 학원가 근처로 이사하려고 계획 중이다. 2~3월경 매물을 살펴보다가 연말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종합했을 때 집값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를 자주 접하면서 6~7월경 다시 집을 보기 시작했다가 멈췄다. 집값 오름세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았으나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정부의 메시지를 믿어보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망설였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후보군에 올렸던 아파트는 1억 원 이상씩 비싸졌고 어쩌면 매물이 줄어 원하는 시점에 이사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 씨와 반대로 올해 봄 '갈아타기'를 한 이 모 씨는 요즘 다행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계약 당시 평균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매매했는데 지금은 이보다 낮은 값의 매물이 없어서다. 애초 이 씨는 내년 정도 이사를 생각했었지만 작년 말부터 갑작스레 이사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 연초에 살던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샀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시장 상황을 꾸준히 살피면서 여러 고민을 한 사람은 아직 애를 태우고 다소 충동적이었던 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새집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단편적 사례지만 집을 사는 게 '복불복' 게임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청약시장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세 자릿수 경쟁률은 예사고 동탄의 한 아파트는 1가구를 차지하기 위해 300만 명 가까이 모여들기도 했다.

'로또'를 사는 마음으로 "운 좋으면 수억 원을 벌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뛰어든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실제로 주변에서 "당첨되면 돈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청약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서울이나 중심지로 평가되는 지역은 벗어나고 싶지 않은데 공급 부족 우려로 인한 조바심에 연고가 없거나 기존 생활반경과 먼 곳에 청약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적법하게 청약한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이 당첨되면 정작 그 집이 필요했고 착실하게 준비했던 사람은 기회를 잃는다.

계획보다 순간의 판단, 때로는 운이 내 집 마련의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수요자 나름의 분석과 계획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언제 어떻게 흐름이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수요자들은 불안감이 크고 혼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분위기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시장을 좌우하는 부동산 정책과 당국에 대한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갑작스레 대출을 풀었다가 조이고 약속했던 공급은 밀리기 일쑤인데 차분하게 기다리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어떤 정책도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단정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장단이나 효과가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변화무쌍하거나 지켜지지 않는 정책이 해롭다는 것은 분명하다. 뒷북 정책도 그렇다.

상황이 심각해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종합선물세트' 같이 방대한 정책을 쏟아내거나 당장의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의 대응을 반복하기보다 일관성 있게 이미 한 약속을 실현하는 게 마음 편히 집을 마련하고 싶은 수요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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