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포퓰리즘 득세, 이민만 이유 아냐…“커지는 정부 불신이 더 큰 문제”

입력 2024-09-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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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론조사서 “정부 신뢰” 답변 16%뿐
다른 주요국서도 60% “정치 기관 불신”
의회 분열 심화…프랑스 정부 구성 난항

▲지난달 29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 사람이 독일을위한대안(AfD)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있다. 드레스덴(독일)/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 사람이 독일을위한대안(AfD)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있다. 드레스덴(독일)/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전역을 휩쓴 극단주의 포퓰리즘 부상의 배경에 단순히 반이민 정서를 넘어서 정부에 대해 커지는 불신이 더 근본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AfD)과 극좌 포퓰리즘 정당이 전날 치러진 동부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었고, 인근 작센주에서도 4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독일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반체제적 표퓰리즘 정당들이 선거에서 득세하는 추세다. 대륙을 휩쓴 반이민 정서와 경제 불안이 포퓰리즘 정당 약진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유권자들의 근본적인 동기가 이러한 표면적인 문제를 넘어서 선출된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신뢰가 크게 하락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여론조사 기관 포르사의 만프레드 귈너 대표는 “위기는 일반적으로 정부에게 좋은 기회다. 유권자들이 국가를 중심으로 결집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그랬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위기는 고조되는데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르사가 지난주 발표한 독일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16%에 그쳤다. 올해 초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유권자를 상대로 한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정치 기관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60%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귈너 대표는 “포퓰리즘 정당과 신생 정당의 부상은 불신이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가라앉아 있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부분은 유권자들의 투표 기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일 주의회 선거가 치러진 독일 작센주와 튀링겐주에서는 투표 기권 비율이 각각 26%와 56%로 뛰었다. 이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가장 큰 비중이다.

문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기성정당을 처벌하면서 의회가 점점 더 분열된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다루기 힘들고 때로는 우유부단한 연립정부를 만들어낸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다수당이 정치를 주도해 온 프랑스마저도 올해 7월 총선거 이후 여러 정당이 난립하면서 여전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헤르프리트 뮌클러는 “1920년대 유럽처럼 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겹겹이 쌓이고 있다”며 “정부는 문제에 압도되고 있으면서도 국민에게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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