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8월을 보내며

입력 2024-09-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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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아이고 올여름 무사하셨네요?” “말도 마세요. 더워 죽는 줄 알았어요. 원장님도 무사히 잘 보내셨지요?”

8월을 지내고 진료실로 들어온 환자들과 나눈 인사다. 마치 전쟁이나 난리를 거치고 난 뒤 살아남은 자들이 건네는 인사 같다. 보통은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물어보는 인사였는데 올여름은 이렇게 모두 생사를 확인하였다.

사실 이렇게 생사를 기원하는 인사는 겨울을 앞두고나 겨울을 보내고 난 뒤에 나눴었다. 어르신들은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다시 못 오시는 분들이 더러 있었다. 뇌졸중,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심근 경색으로 쓰러지셨다. 그래서 겨울이 시작되면 이 겨울을 잘 나시라고 인사를 건넸고, 입춘이 지나 봄이 되어 만나면 지난 겨울을 잘 버티셨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이젠 여름에도 같은 인사를 드리게 됐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환자들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역대급 더위로 온 국민이 고생한 8월인데 어쩌면 이번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는, 앞으로 더 심해질 거라는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총균쇠’로 유명한 작가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문명이 붕괴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말했다. 인간이 환경에 미친 영향, 기후 변화, 우호적인 이웃이나 적대적인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문제들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대응 등이다. 여러 문명의 붕괴 과정을 설명하며 결국 저자가 내린 결론은 환경의 파괴였다.

이스터섬은 모아이 석상을 해변에 세우려고 채석장에서 큰 돌을 운반할 때 필요한 나무들과 나뭇가지들을 자르면서 황폐화되었다. 마야 문명은 옥수수 재배로 훼손된 삼림에 100년 넘게 이어진 가뭄으로 붕괴되었다. 올해 우리가 경험한 이 더위도 역시 환경파괴에 의한 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제는 이 조그만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건강만 살피는 게 아니라 문명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을 사러 갈 때 주섬주섬 텀블러를 챙겨본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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