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일본 대금업 몰락의 교훈

입력 2024-09-09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ㆍ금융의 창 대표

저신용·저소득 서민에게 단기 소액 자금을 공급하는 대부업의 서민금융 ‘최후의 보루’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서민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어려움을 틈탄 불법사금융이 활개를 치고 있다.

대부업권이나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어려움이 국가 사회·경제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우리 대부업에 해당하는 일본의 대금업도 비슷한 경험으로 몰락하면서 일본 사회와 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졌었다.

최고금리 인하로 시장퇴출 가속화

일본의 대금업은 1990년대 부동산버블 붕괴 이후의 장기 경기침체 시기에 서민에게 급전을 지원하는 서민금융 역할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최고금리를 잇달아 인하하면서 그 역할이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1983년 대금업법 제정 당시 73%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2000년 29.2%까지 내려갔다. 2006년 6월에는 출자법과 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 괴리 해소를 위해 출자법 상한을 20%로 변경하고, 29.2%와 20% 사이의 회색지대(gray zone) 영업을 무효로 판결하였다.

그동안 20% 초과 징수한 이자에 대한 반환 명령이 내려지면서 대금업은 큰 타격을 입고, 대금업체의 퇴출이 가속되었다. 1999년 3만 개 정도였던 대금업체가 2015년 6월 1087개로 15분의 1로 축소되었고, 지금은 순수 단기자금 대금업체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그런 가운데 대금업의 승인율 급락으로 서민금융 기능이 크게 위축되면서 대금업에 크게 의존했던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파산율이 빠르게 증가하였다.

이처럼 대금업이 위축되자 2006년 이후 조직범죄가 불법 대출에 개입하는 등 불법사금융이 활개를 치기 시작하였다. 과도한 채무를 지닌 직장인 중산층까지도 불법 대출에 눈을 돌렸다. 불법사금융 피해자 지원 단체에 문의가 급증하고, 불법 대금 사범 검거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2007년 일본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합법 이자율의 7배에서 많게는 288배에 달하는 이자를 징수하였다. 공격적인 추심행위와 폭력의 위협 등으로 인해 압박을 느낀 피해자들의 자살 러시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일본의 불법사금융 피해 인원은 속성상 실제보다 상당히 작은 규모로 조사되지만 2010년과 2011년 각각 9만4000명, 7만6500명 등 매우 큰 규모로 밝혀졌다.

제도권 대금업의 위축, 불법사금융 확대 등으로 금융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확대되었다. 대기업직원, 공무원 등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저리 대출이 가능하지만, 영세 기업의 사업주와 종업원 등은 최고금리 수준에서도 대출이 어려워지는 등 금융 소외 현상이 심화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커다란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을 초래하였다.

탄력적 최고금리제 도입 등 개선 시급해

먼저 사회적으로 불안정성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이른바 ‘격차사회’로 불리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에 허덕이고, 사회병리 현상이 급증하고, 다중채무자의 자살이 지속되고, 정치에 대한 불만 세력도 급증하였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서민 신용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들의 생활이 극도로 피폐해졌다. 이에 따른 일본 경제학자들은 소비 감소와 개인파산 등이 국가 경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였다. 2000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일본의 ‘잃어버린’ 기간이 10년에서 15~20년으로 길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업 시장도 일본 대금업 시장과 거의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위축 상태로 지속되면 우리도 일본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 대부업권의 요구와 학계의 지적을 그냥 묵묵부답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부나 정치권은 호소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도 경청하여, 사회적 합의를 하여야 한다. 탄력적 최고금리제도 도입, 대부업 명칭 변경, 현실감 있는 우수대부업체 제도 운용 등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 그동안 곱지 않았던 대부업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시선도 달리해야 한다. 확실히 일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는 나라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알림] 이투데이, '2024 CSR 영상공모전'... 27일까지 접수
  • 2024 추석 인사말 고민 끝…추석 안부문자 문구 총정리
  • 2024 추석 TV 특선영화(17일)…OCN '올빼미'·'공조2'·'패스트 라이브즈' 등
  • 한국프로야구, 출범 후 첫 ‘천만’ 관중 달성
  • 윤석열 대통령 “이산가족,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 트럼프 인근서 또 총격...AK소총 겨눈 ‘암살미수’ 용의자 체포
  • “자정 직전에 몰려와요” 연휴 앞두고 쏟아지는 ‘올빼미 공시’ 주의하세요
  • 추석 연휴 무료 개방하는 공공주차장은?…'공유누리' 확인하세요!
  • 오늘의 상승종목

  • 09.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8,547,000
    • -0.93%
    • 이더리움
    • 3,095,000
    • -0.29%
    • 비트코인 캐시
    • 420,800
    • -0.78%
    • 리플
    • 787
    • +2.74%
    • 솔라나
    • 177,500
    • +0.51%
    • 에이다
    • 446
    • -1.55%
    • 이오스
    • 637
    • -2%
    • 트론
    • 201
    • +0.5%
    • 스텔라루멘
    • 128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450
    • +0.24%
    • 체인링크
    • 14,250
    • -1.72%
    • 샌드박스
    • 326
    • -0.6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