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칼럼] ‘R의 공포’에 세금 충격이 더해지면…

입력 2024-09-0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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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버핏, 주식 팔며 악천후 대비하는데
우리 거대야당은 금투세 강행 시사
동학개미 입을 손실은 안중에 없나

‘오마하의 현인’으로 통하는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의 생일은 8월 30일이다.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는 지난달 30일 본지 ‘이투데이 말투데이’에서 버핏의 명언을 다뤘다. “첫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둘째 원칙은 첫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란 어록이다. 탁월한 선구안이다. 버핏이 어떤 투자를 하는지 새삼 돌아볼 계기가 됐다. 그는 첫째·둘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버핏 생일을 전후해 이어진 내외신과 각종 정보를 취합하면 결론은 하나다. 버핏은 전력을 다해 현금을 챙기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는 3~5일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 1870만 주를 매도했다. 앞서 7·8월에도 같은 주를 무더기로 처분했다. 다 합하면 2억 주에 육박한다. 애플도 맹렬히 팔아치운다. 2분기 중 보유 지분 7억8900만 주 중 절반(3억8900만 주) 가까이 털어냈다. 지난해 4분기엔 1억1600만 주를 정리했다. 글로벌 시총 1위 기업 지분을 1년도 안 돼 총 9억 주에서 4억 주 아래로 줄인 것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비야디(BYD) 지분도 2년 전 전체 20%에서 최근 5% 미만으로 확 줄였다.

버핏의 현금 지갑은 반사적으로 부풀고 있다. 버크셔의 현금·단기국채 보유액은 6월 기준 2770억 달러라고 한다. 3월(1890억 달러) 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왜 현금 확보에 몰두하나. 이유는 자명하다. 악천후 대비다. 버핏도 사람이다. 때론 헛다리를 짚는다. 무조건 따르는 것은 행동경제학에서 경계하는 ‘뜨거운 손(Hot Hand) 편향’일 수 있다. 무비판적 추종은 금물인 것이다. 하지만 버핏 같은 거물이 악천후를 내다본다면 비옷이라도 챙기는 것이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

더욱이 버핏이 중시하는 ‘버핏 지수’로 봐도 현 금융시장은 낙관을 불허한다. 국가 시총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눠 구하는 이 지수로 재면 미 증시는 2020년부터 200을 넘었고 지금도 그렇다. 버핏이 좋아하는 100 이하를 한참 웃돈다. 버핏 표현으론 ‘불장난’ 수준이다. 첫째·둘째 원칙을 기억한다면 주식을 안 팔기가 외려 어려울 것이다. 미 장단기 금리차가 2년 만에 정상화됐다는 것도 찜찜하다. BoA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겪은 11번의 경기 침체 중 10번이 단기채 수익률이 장기채를 웃도는 금리 역전 후 정상화하던 시기에 발생했다. 올해는 예외일까.

시장 흐름도 유념할 일이다. 어제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2500선이 무너졌다. 시초가가 2498.67이다. 장 후반에 낙폭을 제법 만회했지만, 전반적 추세는 좋지 않다. 증시 거래액·회전율 모두 10개월 만에 최저다. 지난주 종가는 2544.28로 한 주에 130.03포인트(4.86%) 빠졌다. 뉴욕증시도 마찬가지다. ‘R(침체)의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블랙 먼데이’ 충격이 생생하다. 9월 들어서도 유사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버핏이 예상하는 악천후가 어찌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악천후가 실제 발생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독립 변수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충격파에 악천후의 파괴력이 가세하면, 1400만 개인 투자자는 이중삼중의 궤멸적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크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비상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입법부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오락가락 행보로 금투세 불확실성을 키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어제 라디오방송에서 심지어 “먹을 욕은 먹겠다”면서 금투세 강행을 시사했다. 초대형 기름통 앞에서 성냥불을 켜는 격이다. 이런 ‘불장난’이 있을 수 있나.

금투세는 주식 등의 투자에서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얻으면 22~27.5%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자금 이탈은 시간문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한 달 만에 6조 원 이상 줄었다.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펀드 런(펀드 대량 환매)’ 공포도 번진다. 동학개미는 다 울상이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버핏의 어록은 다채롭다. “썰물이 되면 누가 벌거벗고 헤엄치는지 알 수 있다”는 명언도 있다. 자연 이치상 밀물 다음엔 반드시 썰물이 온다. 과연 누가 험한 꼴을 드러내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금투세를 고집하는 정치세력은 자기 차례가 아니길 빌어야 할 것이다. trala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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