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번개 만찬과 추석 민심

입력 2024-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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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번개만찬'에 여당 안팎이 어수선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모르는 내용이라 말씀드릴 게 없다"는 즉답 아닌 즉답을 내놓으면서 '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져서다. "추석 이후 한다더니 왜 했냐"는 친한(친한동훈)계, "평소 소통하려고 노력은 했냐"는 친윤(친윤석열)계, 자신이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겠나"는 씁쓸한 개인감정까지.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도 제각각이다.

대통령은 누구와든 밥을 먹을 수 있다. 비공개든 공개든, 예정돼 있든 번개든 대통령 혹은 지근거리 참모가 결정할 일이다. 현안에 대한 세밀한 대화가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먼저 연락해 조용한 자리에서 조목조목 따져 묻고 경청하는 일도 필요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은 비공개로 의원뿐 아니라 지자체장, 정치인과 모임을 자주 하면서 민심을 청취한다"며 "1대 1로도, 여러 명과도 차도 마시며 소통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 번개만찬엔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포함돼 있었다. 의사 출신인 인 위원을 통해 의료개혁에 관련한 사안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답보상태에 빠진 의정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대통령으로선 작은 물꼬라도 찾아보려 했을 수 있다.

다만 이 만찬이 만천하에 곧바로 드러난 점은 다소 아쉽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24일 한 대표가 신임 당대표가 된 지 하루 만에 신임 및 퇴임 지도부 등과 만찬을 했다. 이후 한 달 만인 8월 30일 한 대표 등 여당 신임 지도부와 만찬을 계획했지만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 추석 민생을 먼저 챙긴 후에 만나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실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대통령실에 건의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가 아닌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이를 먼저 통보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 대표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번 만찬 파장은 이런 미묘한 불편함 속에서 벌어졌다.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이 MBC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서 "연락받지 못했다. 좋게 해석하면 대통령실에서 다양하게 의견 청취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조금 삐딱하게 본다면 (만찬을) 추석 이후로 옮겨놓고 추석 이전에 왜 하냐고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다.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유다.

여당은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자해에 가까운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가 당 대표를 선출하며 어지럽던 분위기를 수습했다. 윤 대통령도 전당대회에서 "당과 정부가 단결해야 한다"며 당정이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한 대표는 얼마 되지 않아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 문제와 김경남 전 경남도지사 복권 문제를 두고 파열음을 냈다. 이후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으니 한 대표와 대통령실은 사실상 한배에 탔다는 인상을 준 적이 한 번도 없는 셈이다. 그나마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뜻을 모으면서 해빙의 조짐이 엿보였는데, 또다시 비공개 만찬 누설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별 뜻 없는 누설이든 고의적 논란 만들기든 집토끼의 신뢰도 잃고, 국민 불안감만 높인 듯하다.

다음 주면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국민 대이동은 이제 옛말이지만 각지에 살던 이들이 오랜만에 마음을 주고받는 때다. 정치 이슈가 잠복하는 이 명절, 민심은 더 무섭다. 각 지역 밑바닥 민심이 거주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방으로 전파돼서다. 밥상과 술상에서 벌어지는 재평가에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들이 추석 밑바닥 민심을 잡으려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흔들리는 당정 관계를 밑바닥 민심은 어떻게 해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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