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기간에는 고향에 방문하거나 가족들과 나들이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을철 야외 활동 중에는 벌 쏘임, 뱀 물림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한 대처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
벌 쏘임과 뱀 물림 사고는 7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13일 질병관리청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벌 쏘임 사고는 총 4532건으로, 71.2%에 해당하는 3225건이 7~9월에 발생했다. 같은 기간 뱀 물림은 808건으로, 9월(21.9%)이 가장 많았고, 7월(17.2%)과 8월(17.8%)이 뒤를 이었다.
어두운색보다는 밝은색의 옷차림이 벌 쏘임 예방에 도움이 된다. 향이 강한 향수나 화장품은 사용을 자제하고, 야외 활동 장소에 도착하면 주변에 벌집이 없는지 확인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벌에 쏘이면 손이나 핀셋이 아닌 신용카드 등으로 벌침을 밀어내어 제거해야 한다. 특히 통증이 지속되거나 과민반응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동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뱀에게 물리는 사고는 호수나 저수지, 산, 동굴 등의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뱀은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있어 뱀을 발견하면 잡으려 하지 말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정원이나 마당, 분리수거장 등에서도 뱀 물림 사고가 적지 않아 일상 속 옥외 공간에서 활동할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뱀이 있어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풀숲에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뱀에 물리면 신속히 119에 신고하고 안정을 취하며 기다려야 한다. 환부를 심장 높이보다 아래에 위치하도록 앉거나 눕고, 상처를 입으로 흡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술이나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독을 더욱 빨리 퍼지게 할 수 있어 환자에게 이런 음료를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박훈기 한양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벌침 독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한 방만 물려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심하면 숨이 차거나 저혈압에 정신을 잃을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일반 뱀과 달리 독을 지닌 독사에게 물리면, 물린 곳 위쪽을 고무줄이나 밴드 등으로 감아서 정맥혈 및 임파액의 순환을 차단해야 한다”라며 “이 때 동맥혈관까지 눌리면 말단 조직이 썩게 되므로 지나치게 꽉 동여매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항독소를 투여하고, 혈액질환과 신장질환등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절 전후로 벌초나 성묘를 하면서도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예초기를 사용하다가 다치거나, 진드기 등의 해충에 의한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예초기를 사용할 때는 숙련된 작업자라도 안전모, 안면보호구, 장갑, 안전화 등 보호 장비 착용이 필수적이다. 예초기에 이물질이나 나무 파편 등이 튀어 올라 눈에 들어가거나 신체에 박힐 수 있어서다. 이물질을 억지로 제거하다가 피부와 혈관에 추가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그대로 지혈하며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진드기는 전염병의 매개체이므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기피제를 사용한다. 기피제의 유효성분에 따라 사용 가능 연령이 다를 수 있어, 용법·용량과 사용 연령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제품 포장의 ‘의약외품’ 표시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신고) 여부를 의약품안전나라에서 확인 후 구입해야 한다.
기피제 성분 가운데 디에틸톨루아미드(DEET)가 10% 이하로 포함된 제품은 6개월 이상부터, 10% 초과 30% 이하 제품은 12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다. 파라멘탄-3,8-디올(p-Menthane-3,8-diol) 함유 제품은 4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다.
이카리딘(Icaridin)은 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 사용할 수 없다. 에틸부틸아세틸아미노프로피오네이트(IR3535) 역시 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 사용하려면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산에 갈 때는 긴소매 긴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 좋고 벌초 작업을 할 때는 면장갑을 끼고 풀이나 나뭇잎 등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다”라며 “직접 잔디밭이나 들에 눕거나 앉지 말고 반드시 깔개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훈기 교수는 “가을철 산이나 들에서 야외활동을 한 이후에 갑자기 심한 열과 함께 출혈반점, 충혈 등이 보인다면 유행성 출혈열,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 등 감염을 의심할 수 있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