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팝스타, 트럼프와 적이 된(?)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4-09-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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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10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주목한 대형 행사가 열렸습니다. 11월 미국 대선까지 8주를 앞두고 대선 후보 TV 토론이 열린 건데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격돌해 이목을 끌었죠.

미국 언론은 이번 토론을 농구 경기의 '점프볼'에 비유했습니다. 경기를 시작할 때 심판이 던진 공을 놓고 양 팀이 경합하는 것처럼, 이번 TV 토론이 대선 레이스 판세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출발점이라는 평가였습니다.

여기에 이번 토론은 이들의 첫 토론이자 마지막 토론이 될 수 있습니다. 두 후보 간 합의된 후속 토론 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데다가 향후 추가 토론이 성사될지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세간의 눈길이 쏠린 TV 토론이 끝난 후 주요 언론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CNN 방송은 "해리스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토론이었다"며 "해리스는 끊임없이 '미끼'를 던졌고 트럼프는 이를 모두 물었다"고 전했습니다. AP통신은 "해리스가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트럼프에 맞섰다"고 봤고요.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수세에 몰아넣었다"면서도 "다만 선거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KO는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지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데 큰 이견은 없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그의 '완승'으로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NYT가 지적한 것처럼 이번 토론에서 현재의 초박빙 대결세를 뒤집을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죠.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하나 나왔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환호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민이 많아질 소식인데요. 바로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목소리를 냈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신화/연합뉴스)

스위프트 지지 선언에…해리스는 '선거자금' 모으고, 트럼프는 '경고' 내놨다

스위프트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한 겁니다.

그는 지지 선언의 이유를 "해리스가 (시민들의) 권리와 명분을 위해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가 혼란이 아닌 차분함으로 이 나라를 이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도 독려했는데요.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라며 "투표를 하려면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 사전 투표를 하기가 더 쉽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유권자 등록 장소, 조기 투표 날짜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링크까지 첨부했죠.

스위프트가 대선 전 내놓을 입장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실로 해당 게시물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무려 1000만 개에 육박하는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이 글에는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애니스톤, 셀레나 고메즈, 농구 스타 케이틀린 클라크 등 유명인들도 '좋아요'를 눌렀죠.

11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이날 유권자들에게 발송한 모금 동참 호소 이메일에서 "빅뉴스: 테일러 스위프트가 막 카멀라 해리스의 대통령 당선을 지지했다"고 적었습니다. 이메일은 이어 "당신은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선거운동을 지원할래요?"라면서 25달러(한화 약 3만3000원) 기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이메일에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스위프트의 사진과 함께, 스위프트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해리스 지지 글 일부도 담겼죠. 스위프트의 지지 선언을 선거자금 모금에 활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위프트를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위프트를 향해 "시장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스위프트의 앨범 등을 외면할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X(옛 트위터)에 "좋아요, 테일러. 당신이 이겼다"며 비꼬는 글을 올렸죠. 폭스뉴스 앵커 출신 보수 성향 인사인 메건 캘리는 "역겨운 지지 선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AP/뉴시스)
▲(AP/뉴시스)

영향력 어떻길래?…"그가 뜨면 경제가 살아난다"

미국에서 조금 유명한(?) 가수가 정치적 소신을 드러낸 것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것도 사실상 스위프트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셈인데요.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2억8000만 명에 이릅니다. 그는 단순한 인기 가수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경제적인 현상으로 평가받는 대형 스타죠.

우선 스위프트가 2006년 데뷔한 후 세운 '최초', '최고' 기록은 열 손가락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앨범을 내면세계의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 등 차트 최상위권에 직행합니다. 콘서트를 열면 수 초 만에 수만 석이 매진되죠.

컨트리 음악에서 출발한 다채로운 음악 장르, 뛰어난 실력, 화려한 퍼포먼스도 스위프트가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지만, 스위프트의 가장 큰 무기는 진정성입니다. 유명세로 얻은 구설을 음악으로 해소하고, 자신이 겪은 업계의 부조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2015년 애플뮤직 측에 공개서한을 보내 3개월 무료 체험 기간 동안 아티스트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는 관행을 비판한 일과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모든 노래를 내린 일은 유명하죠. 당시 발매했던 앨범 '1989'는 스포티파이에서 공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결국 업계 관행을 바꿨습니다. 애플뮤직은 스위프트의 서한을 받은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무료 체험 기간의 저작권료를 아티스트에게 지불하겠다고 밝혔고, 스위프트도 '1989'를 비롯한 다른 앨범들을 다시 공개했죠.

이후로도 여성과 성소수자(LGBTQ)의 권리를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스위프트인데요. 솔직하고 가감 없는 모습으로 막강한 팬층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3%가 그녀의 팬이라고 응답했는데요. 스위프트 팬이라고 답한 설문 응답자를 뜯어보면 성비도 남성 48%, 여성 52%로 고른 편이죠.

지난해 8월까지 진행한 1차 미국 투어에서만 30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1조 원의 티켓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스위프트의 공연에서는 수만 명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지진으로 인정될 규모의 진동까지 발생합니다. 여기엔 '스위프트 지진'(Swift Quake)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또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팬들이 이동하면서, 공연이 열리는 도시의 숙박, 식당, 관광 등 여러 산업까지 엄청난 경제 특수를 누렸는데요.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였죠.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9일까지 미국에서만 52회 공연을 진행한 스위프트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도 등장했는데요. 당시 연준은 베이지북을 통해 "스위프트의 공연으로 5월 필라델피아 지역 숙박업 매출이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스위프트노믹스'는 주요 금융당국에서도 주시하는 하나의 '경제 현상'이라는 겁니다.

스위프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글 하나로 미국 내 MZ세대 여론이 움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사실 이는 이미 증명도 됐습니다. 그가 지난해 9월 팬들에게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하루 만에 신규 등록한 유권자가 3만5000명가량 늘었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퇴하기 전 스위프트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고요.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내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해 주길 바랐습니다.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에 스위프트 팬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내용의 이미지를 게시하고 "수락한다"고 썼거든요. 이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 이미지였지만요.

스위프트는 이 사건에 대해 "AI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정보 확산의 위험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며 "잘못된 정보를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꼼수'가 스위프트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선언의 배경이 된 셈입니다.

▲(출처=테일러 스위프트 인스타그램)
▲(출처=테일러 스위프트 인스타그램)

스위프트가 정치적 메시지를 낸 이유…해리스 승리로 이어질까?

스위프트가 공개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낸 시발점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화당 우세 지역인 테네시주에서 태어난 스위프트는 그해 10월 인스타그램에 글 하나를 올립니다. 당시 민주당 후보 필 브레드슨(상원)과 짐 쿠퍼(하원)에 투표할 것을 독려하면서 공화당 상원 의원 마샤 블랙번을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한 건데요. 여성 의원인 블랙번이 남녀에게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법에 반대하고 여성폭력방지법을 연장하는 법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에서였죠.

당시 상황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미국에서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을 내놓는 건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특히 여성 연예인이요. 스위프트의 가족과 지인들도 가수로서의 입지와 테러 위협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그를 만류했는데요. 스위프트는 이들을 설득하고 첫 정치 관련 글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습니다.

일찍이 승기를 잡았던 블랙번은 연방 상원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스위프트의 게시물이 아무런 영향력이 없던 건 아닙니다. 테일러의 민주당 지지 선언 이후 이틀 만에 25만 명 이상이 유권자 등록을 마쳤고, 이들 중 60%가량이 30세 미만의 젊은 층으로 나타났죠. 이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테일러의 음악을 예전보다 25% 덜 좋아하게 됐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스위프트는 2020년 대선에선 인종차별 반대, 여성 신체 선택권 등을 강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백인우월주의, 인종 차별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는 등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스위프트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케이스 마이어스 버지니아공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더힐에 "스위프트의 팬들은 전통적 미디어보다는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며 "따라서 스위프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사안을 언급하면 팬들은 잠재적으로 그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했고요. 공화당 전략가 더그 헤이는 스위프트 효과로 젊은 층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 기부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이 젊은 층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한편, 스위프트의 게시물이 올라온 후 유권자 등록 사이트에는 11일 오후 2시 기준 33만7000여 명이 접속했다고 미국 연방조달청(GSA)이 밝혔습니다. 스위프트가 글에 해당 사이트 링크를 첨부한 데 따른 건데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나온 이번 스위프트의 해리스 지지 선언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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