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관련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전문가들의 부정론이 제기됐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의 안정화 장치로 인구ㆍ경제적 변화에 맞춰 연금액의 상승폭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는 가입자 수, 기대수명, 경제성장률 등의 변수를 반영해 연금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것이다.
소득보장론자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하는 폭을 줄이자는 것"이라며 "명목금액은 내려가지 않을지 몰라도 실질가치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5% 올랐는데 임금을 3% 올리면 사실상 임금이 줄어든다. 금액 자체는 3% 올라가지만, 물가에 비하면 실질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이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의 경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당시 노인빈곤율이 5∼6% 정도였는데, 현재 노인빈곤율은 10%"라며 "자동조정장치 때문에 빈곤율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도입 이후에 노인빈곤율이 2배가 된 건 맞다"고 말했다.
재정안정론자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나라들은 일정한 재정안정화 장치를 갖춰놨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은 재정 불균형이 무척 큰 상태라 자동조정장치를 탑재하면 보험료가 무척 빠르게 올라간다든지, 급여가 깎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미래 급여 지급 가능성에 대해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큰데, 자동조정장치를 탑재하게 되면 연금개혁 논의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두 학자는 모수개혁안에 대해선 큰 이견을 보였다.
정부는 이달 4일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2028년에 40%까지 떨어질 예정인 소득대체율은 올해 42% 수준으로 유지하는 모수개혁안을 발표했다.
오 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은 40%까지 가는 게 필요한데, 국회에서 올리자는 제안이 있었으니 올해 기준인 42% 정도에서 멈추자는 게 정부의 고민이었던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42%는 양쪽의 이견을 절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남 교수는 "정부가 낸 소득대체율 42%는 협상 상대방을 굉장히 무시한 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50%를 전제로 보험료율 13%로의 인상이 이야기됐다"며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대체율 42%라는 것은 우리나라 안에서 이야기"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하면 32.9%밖에 안 된다. 이렇게 해서는 심각한 노인 빈곤을 해소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핵심 쟁점인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오 위원장은 "지금 50대는 굉장히 급여 혜택이 컸고 내는(보험료) 부담은 적은 계층이지만 젊은 층은 급여 혜택이 별로 없는데 많이 내야 하는 세대"라며 "제도개혁안에 대한 청년세대의 수용성을 높여 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보완은 필요하다. 과거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한 분들한테는 보험료율 특례 감면을 적용하고, 도시지역 가입자와 자영업자 등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정부의 보험료 지원을 강화한다면 충분히 검토할만한 제도"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은 재정결산위원회나 연금특위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며"사회보장제도는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지 연령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그는 "스웨덴 같은 경우도 1990년대에 보험료율이 13∼15%였고, 지금은 보험료율이 18.5%로 더 높고 급여는 더 낮은데 스웨덴의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에게 자신들이 손해 본다고 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세대 갈라치기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내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대별 차등 보험료와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이 아니다"며 "이는 '더 내고 덜 받는' 모수개혁이며, 개혁의 논의를 불투명하게 만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