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의 기본은 국가안보…北 도발 경계해야

입력 2024-09-1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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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북은 18일 SRBM KN-23 계열의 개량형과 유사한 기종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여러 발을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쐈다. 북은 앞서 13일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전격 공개한 데 이어 시차도 거의 두지 않고 연쇄 도발을 감행했다.

북은 2010년 11월 미국 핵물리학자 일행을 영변으로 초청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러나 베일에 싸인 극비 시설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찰하는 형식으로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HEU 시설 공개는 그 자체로 핵폭탄급 도발이다. 평양 지도부는 그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에 SRBM 추가 발사까지 더했다. 지난 12일엔 초대형 방사포(KN-25)를 쐈다. 최근 12축 24륜인 신형이동식 발사대(TEL)를 공개하기도 했다. 효과 극대화를 노리는 일련의 도발 시리즈가 펼쳐지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HEU 시설 공개는 미국 대선을 겨냥한 ‘몸값 키우기’ 전략의 핵심 카드일 공산이 크다. HEU는 플루토늄과 달리 은밀하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보도 사진을 보면 HEU를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가 최신 시설에 빈틈없이 꽉 들어차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8∼16개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한다. 북은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핵전력’을 과시했고, 여기에 더해 SRBM 등 투발 수단도 갖고 있다고 대외 광고에 나선 셈이다. 북이 어떤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 위해 이런 무리를 일삼는지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의 폭주를 막을 효과적 수단이 잘 보이지 않는 현실도 걱정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한 정권수립일(9·9절) 연설에서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핵을 보유한 적수 국가들이 강요하는 어떤 위협적 행동에도 철저히 대응할 수 있는 핵 역량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맹인 미국을 긴장시키기 충분한 공격적 언행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북을 감싼다. 동북아 지정학에 좋은 신호일 까닭이 없다.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지명자는 최근 인준 청문회에서 “김정은은 미국이나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이 한반도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억지하려는 시도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계가 필요한 것은 핵·미사일 도발만이 아니다. 북은 5월 이후 20차례 쓰레기 풍선을 띄웠다.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화생방전으로 번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위성항법장치(GPS) 신호 교란 도발은 어떤가. 우리 군의 첨단장비를 마비시키는 전자전의 예행연습일 수 있다.

북의 핵전력이 미국과 일본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다. 경제와 민생의 기본은 튼튼한 국가 안보다. 국가 미래도 안보의 방패 없이는 있을 수 없다.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는 현재의 안보 전략을 총점검하고 모든 시나리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북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전략사령부 위상부터 지정학적 요구에 걸맞게 보완·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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