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주의 컷] ‘베테랑2’의 흥행에 씁쓸해지는 몇 가지 이유

입력 2024-09-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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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올해 하반기 대작 가운데 하나인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18일 기준 누적관객수 440만 명을 돌파했다. 이미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 ‘서울의 봄’보다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베테랑2’는 무난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할 거로 보인다. 하지만 흥행과 별개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몇 가지 짚어보려고 한다.

‘베테랑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팀원들과 함께 범죄자를 잡는 영화다. 이번 편의 범죄자인 박선우(정해인)는 경찰이다. 그는 전작의 조태오(유아인)와는 달리 조금 색다른 범죄자다. 이를테면 일본 만화 ‘데스노트’의 라이토와 같은 인물인데, 흉악범들을 피해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하는 정의의 사도처럼 행세한다. 라이토는 ‘키라’로, 박선우는 ‘해치’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

영화는 박선우의 정체를 공개하고 시작한다. 범죄자가 누군지 관객은 알고, 서도철은 모르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데스노트’나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비슷한데, 이런 영화를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후더닛(whodunit) 성격의 미스터리 스릴러와는 다르다. 전자가 주인공과 관객 사이의 정보 격차에서 오는 박진감이 묘미라면, 후자는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추리가 묘미다.

‘베테랑2’는 서스펜스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영화에는 해치로 오인할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아는 상황에서 유사 해치들을 추격하는 액션 장면들은 힘을 잃고 방황한다. 이 때문에 장르영화에 훈련된 관객들은 박선우가 진범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거나 혹은 그가 서도철로부터 잡힐지 말지 초조해하지 않는다. ‘이럴 거면 왜 박선우의 정체를 공개하고 시작하지?’라는 의문이 든다는 것.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다음은 서도철이 박선우가 범인임을 유추하는 과정이다. 박선우는 지구대 순경이었지만, 서도철이 있는 강력범죄수사대에 합류한다. 발기술로 범인을 제압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어 일명 ‘UFC 경찰’로 불린다. 서도철이 박선우를 범인으로 확신하는 단서는 두 가지 정도다. 박선우가 범인을 과잉 진압하는 모습. 해치로부터 살해당한 피해자가 발에 의한 질식사라는 사실. 서도철이 이 정도의 단서들로 범인을 확신하는 과정은 상당히 거칠고 허술하다.

마지막은 이 영화가 인질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박선우의 살해 대상은 흉악범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억울한 누명을 쓴 동남아 여성과 유사 해치를 만든 전직 기자 그리고 서도철의 아들을 인질로 삼아 살해하려고 한다. 인질들이 구조되는 전후의 진행 상황은 다소 뜬금없고, 불필요하게 잔인하다. 특히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위해 인질들을 가지고 장난친다는 느낌의 편집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베테랑2’의 흥행은 비평적 성취를 포기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 패턴과 유사하다. 절대악을 상정하고, 이를 때려잡는 형사의 행동에 무조건적인 당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은 부재하고, 의미 없는 주먹질과 구경거리로서의 살인만 난무한다. 이 같은 영화들이 선사하는 쾌감의 본질은 무엇일까. ‘부당거래’(2010)와 같은 걸출한 범죄영화를 만든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라 아쉬움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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