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판 흔든 트레블로그 기획자…박정일 하나카드 부장 "시행착오가 우리의 경쟁력" [이슈&인물]

입력 2024-09-20 05:00 수정 2024-09-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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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9-19 17:38)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트래블로그를 과거에는 없었던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희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박정일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장이 10일 서울 중구 하나카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박정일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장이 10일 서울 중구 하나카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환전수수료 없이 외화를 환전해 두고 해외 어디서든 무료로 인출·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인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는 카드업계에 광풍을 몰고 온 빅히트 상품이다. 2022년 7월 출시 이후 25개월 만에 가입자만 600만 명을 넘어섰다.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도 49.9%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해외여행 특화 카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트래블로그의 초기 기획단계부터 함께 기획한 실무자인 박정일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장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트래블로그의 미래에 대해 ‘과거에는 없는 새로운 상품’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말, 박 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될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트래블로그 개발에 뛰어들었다.

내부적인 반발도 컸다. 박 부장은 “당시 회의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인데 굳이 왜 지금 하냐’는 의견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엔데믹 이후를 대비해 해외 특화 카드 개발을 타사보다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 상품 기획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랫동안 하나카드가 해외 특화 체크카드 라인이 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하나 비바(VIVA)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이 20%를 상회했다”며“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취급액의 감소 영향이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운도 따라줬다. 개발에 착수할 당시 코로나로 인해 여행길이 막혀 있었지만, 3개월이 지나자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면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후 직원들을 해외로 내보내 필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출시 일정을 성공적으로 맞출 수 있었다.

트래블로그가 출시되자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환율 100% 우대라는 점과 과거 해외여행 시 은행 영업점에서 실물 화폐를 찾던 관행을 깼다는 점이 고객들 사이에서 이목을 끌었다. 24시간 365일 모바일 환전으로 ‘해외여행의 필수템’으로 자리매김했다.

트래블로그의 가파른 성장세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까지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함 회장은 직접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담당 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직접 트래블로그를 소개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트래블로그가 대박이 나자, 부서명도 기존 ‘하나머니사업부’에서 ‘트래블로그부’로 변경했다.

▲박정일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장이 10일 서울 중구 하나카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박정일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장이 10일 서울 중구 하나카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하나카드 트래블로그가 성공하자 후발주자들도 잇따라 해외여행 특화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 부장은 트래블카드의 경쟁 속에서 트래블로그만의 경쟁력을 ‘지속가능성’이라고 꼽았다.

그는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서 선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트래블로그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비용을 효율화시켜 1년 뒤, 2년 뒤에도 지금의 소비 구조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장은 해외여행 특화카드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한 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시행착오가 트래블로그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박 부장과 트래블로그부 직원들은 해외여행객들이 드나드는 커뮤니티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트래블로그 사용자의 불만을 모니터링했다. ‘자동충전’ 기능도 여기서 탄생했다.

그는 “커뮤니티에 해외여행 중 카드 승인이 거절됐다는 글을 확인하고, 해당 고객의 승인거절 케이스를 1년여간 축적했다”며 “이를 토대로 ‘자동충전’ 서비스 등을 탑재했고, 승인율을 과거 88%에서 현재 94%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타사와의 제휴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초 하나카드는 카카오페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카카오페이와 통합된 신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박 부장은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는 해외 결제에 있어서 스페셜리티가 있고, 카카오페이는 국내 결제에 있어 전문성이 있다”며 “트래블로그 전용 카드 라인업에 카카오페이 제휴 카드를 만들어서 집어넣으면 트래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 기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비자(VISA)와 제휴를 맺고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는 “최근 단거리 위주로 여행을 많이 다니며 일본 시장이 커졌지만, 사실 코로나19 이전 해외 취급액 1등 국가는 압도적으로 미국이었다”며 “미국 시장을 큰 기회로 보고 지역별 국제 브랜드사가 가진 국가별 장점들을 고객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비자와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트래블로그가 내세운 해외 ATM 환전 수수료 무료는 주로 마스터카드 제휴 기기에서만 가능했다. 미주와 호주 시장은 비자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어 그동안 금융사들이 내놨던 트래블카드로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선 수수료 없이 ATM에서 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비자와의 제휴는 하나카드가 해외여행 특화카드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부장의 목표는 환전 수요가 있는 고객들을 최대한 많이 하나카드 고객으로 흡수하고, 트래블로그를 전 국민 서비스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그는 “트래블로그 서비스의 본질적인 사업 목표는 ‘환전’이고 ‘카드’는 환전된 돈을 쓸 수 있는 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적인 수익이 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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