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기업경쟁력 강화정책 절실하다

입력 2024-09-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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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

정책 엇박자에 금융시장 혼란가중
규제완화하고 세제지원 강화 통한
장기공급능력 확충이 올바른 해법

최근 금융감독원의 금융안정화 시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간에 엇박자가 나타났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부문의 위기가 실물경제부문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 역할에 금융안정을 위한 역할이 추가되었다. 우리나라도 2011년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을 포함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지정했다. 금융안정 목표가 추가되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운용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난관(dilemma)에 봉착하게 됐다.

지난달 22일 한국은행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물가수준과 내수경기 악화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나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의 가격상승 및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과 관련된 ‘금융불안정’ 현상으로 인해 금리를 동결시킨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불안정성은 바로 금융감독원을 위시한 정부의 금융기관을 포함한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건전성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주택구입 지원을 위한 보금자리론 확대와 신생아 특례대출 등 각종 저금리(1.6~3.3%) 특례대출 확대로 주택정책자금 대출공급을 2023년 60조 원, 2024년 40조 원까지로 확대시켰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 경색 방지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올해 상반기 부실 우려가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하여 30조 원의 추가지원 및 지급보증을 주도하였다. 변동금리를 적용하여 금리 상승이 유도될 수 있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시행을 7월에서 9월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부의 금융안정화 시책은 금융시장 안정을 추구한다는 본래 목표에서 벗어나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특례대출 확대는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상승을 유발해 투기적 가수요를 동반시키며 가계대출을 위험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저축은행, 증권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PF 대출 부실을 연장시킨 것은 전반적 부동산 경기의 안정화를 통한 선순환효과보다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9월부터 들어간 스트레스 DSR의 전면 실시는 금융권 대출의 총량규제를 통해 불요불급한 생계형 대출자의 대출이 막히는 상황으로 반전되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금융안정화 시책은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정책부조화를 연출하였다. 한국은행 또한 금리동결을 결정한 고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해도 단지 일부 서울지역 아파트 시세 상승만을 고려한 결과 경기 침체를 동반한 전반적 부동산 경기악화라는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였다. 또한 가계부채 증가추세가 이러한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주택 가수요 확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지 못해 적기의 통화정책을 시행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화금융정책의 혼선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정책처방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한국은행과 금융정책 당국이 단기적인 수요관리 측면에서의 거시경제 미봉책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장기적 공급능력 확충정책이 절실하다. 물론 장기적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당연히 정부재정 불균형과 계층 간 소득 및 소비수요 불일치 등과 같은 단기적 이해상충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냉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수출제조업은 화학, 중기계, 원전 등 부품, 소재, 장비의 핵심부문에서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올라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중국 견제책(China Derisking)이 실효화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한국으로부터의 핵심기술 탈취 등을 철저히 막고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이는 외교정책을 통해서도 필수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 수출제조업의 공급능력 확대유지를 위해 2022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를 기록 중인 법인세 부담률을 대폭 하향해 핵심기업들의 국제경쟁력 배양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기엔 기업을 둘러싼 각종 환경규제를 포함한 소위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등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규제도 철폐하는 것을 포함한다.

경기순환적 측면에서 GDP 증진을 유도하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건설경기 부활이나 중등교육에의 과도한 예산배정을 전면 삭감하는 대신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는 수출제조기업의 세제적·금융적 지원 등의 장기적 공급능력 확대정책을 간단없이 추진시켜야 한다. 그 경우 비로소 우리 경제가 단기적 통화금융정책의 오류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 또한 단기적 금융안정화 시책 목적보다는 장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지위 복원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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