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 성료
"여성 경제활동 참여 중요"
"우리 경제가 역동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여성 인재 활용은 단순한 양성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린 국가적인 과제라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간 금융권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해온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포용적 과제'를 주제로 임금 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표면적으로는 줄어들고 있지만 근속연수나 관리자 비율 등을 따져보면,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2%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투데이와 여금넷은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여성 인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기조 연설에 나선 크리스티나 온고마(Christina Ongoma) 국제금융센터(IFC) 동북아시아 및 태평양 총괄본부장은 "남녀평등을 달성하려면 리더들의 헌신과 DEI, 협조적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EI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하는데 IFC는 여성들이 고위직에 포함되도록 DEI 인덱스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온고마 본부장은 여성 인력 활용은 기업의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고위직 비율이 높아지면 수익성 33%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면서 "74%의 기업이 젠더 다양성 개선을 이뤘을 때 수익이 5~20% 올랐다"고 말했다.
콜린 크룩스(Collin Crooks) 주한영국대사는 기조 연설을 통해 "동등한 임금은 여성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도덕적인 의무가 아닌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별 임금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영국의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영국은 성별 임금 격차 데이터를 공개하고, 평등한 임금을 위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마련돼 있다"며 "현재 영국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약 85% 수준까지 오르며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의 진행으로 세션 패널 토론도 이뤄졌다. 패널 토론에는 장문선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공공혁신심의관,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박기숙 제11대 한국여성건설인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장 심의관이 '공공기관의 성별 임금격차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장 심의관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성별 임금 격차는 남성의 평균 임금이 7849만 원, 여성의 평균 임금이 6074만 원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주로 성별 간 근속연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남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14.1년 여성은 10.0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 신규 채용 시 여성 비율이 49~51%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성별 임금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처럼 공공기관은 민간 부문에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평등 지표의 착시효과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주근 대표는 금융권 여성 고용률은 54.7%로, 500대 기업 평균 고용률(26.4%)보다 2배 이상 높고 여성 임원 비중은 2021년 4.5%에서 2023년 9.3%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그러나 등기임원 중 여성 비율은 0.7%로 매우 낮고 대부분 사외이사로 채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권의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과 비슷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연봉은 여전히 낮다"며 "은행에서는 근속연수 차이가 2019년 3.9년에서 2023년 1.2년으로 좁혀졌지만, 여성의 연봉은 남성의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나 보험사, 카드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주희 교수는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국가 혁신 기반'을 주제로 여성 임금 비율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교육 수준별로 보면 우리나라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비율이 너무 낮고, 저임금·저학력·저기술인 50대 여성의 노동 참여가 크다 보니 격차가 있다"며 "고용형태 문제로, 금융권, 증권사에선 무기계약직 여성이 많고 그래서 승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기숙 회장은 "내가 1500명 직원 중 유일한 여성 임원일 정도로, 건설업계는 여성 진출이 매우 적다"며 "한국건설기술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100만 건설인 중 여성은 10만 명도 되지 않으며 전문 자격증을 가진 여성은 더욱 적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 분야뿐만 아니라 파트너로 만나는 금융 분야에서도 여성의 부재가 눈에 띈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종합건설엔지니어링 회사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많이 수행했으나, 이 과정에서 여성 파트너를 만난 적이 거의 없다"며 "우리가 같이 노력해야 건강한 PF, 세밀한 프로젝트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 요약과 마무리에 나선 조경선(신한DS 대표) 여금넷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임금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리더들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DEI를 배려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DEI는 구조적인 권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의 경제활동과 사회참여는 중요한 과제이고, 우리가 겪고 있는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성평등, 지속가능성에 관심갖고 실질적 방안 마련이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