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대기업도 색조에 올인…ODM사도 필살기 경쟁 [색조강국 코리아]

입력 2024-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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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M사, AI 활용 조색 시스템·색조 화장품 개발 공방 등 도입
LG생건·신세계인터, 색조 브랜드 인수…뷰티 포트폴리오 확장

▲코스맥스 R&I센터 연구원들이 조색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제공=코스맥스)
▲코스맥스 R&I센터 연구원들이 조색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제공=코스맥스)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 색조 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자, 국내 화장품 대기업부터 제조사개발생산(ODM) 기업까지 앞다퉈 색조 화장품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ODM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발 과정을 단축하거나 고객사가 원하는 맞춤형 화장품을 제안하는 등 색조 화장품 제조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화장품 대기업들 역시 색조 화장품 전문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하며 국내외 소비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ODM 기업 코스맥스는 약 1000명 규모의 연구원을 보유한 연구혁신(R&I)센터 내 메이크업 연구소에서 쿠션, 파운데이션, 립, 아이라이너, 아이섀도우 등 다양한 색조 화장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R&I센터는 미국, 중국, 태국 등 해외 각국에서도 운영 중이다. 또한 본사 내 글로벌 전담 조직을 통해 수출 국가의 특성을 고려해 색상 콘셉트를 연구하고 고객사에 제안하고 있다.

5월에는 3여 년의 연구 끝에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을 도입해 메이크업 제품 개발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조색 과정을 크게 단축했다. 인간의 눈으로 지각할 수 있는 모든 색상 값을 데이터로 변환해 색상의 차이를 수치화한 기술로 메이크업 제품 개발 과정에 딥러닝 방식을 적용했다. 조색 작업이란 원하는 색상이 구현될 때까지 색소 종류와 함량 등에 변화를 주며 색을 맞추는 과정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이 기술은 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신규 처방의 색상을 예측할 수 있고, 기존 제품의 색상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원하는 색상 조합과 가장 비슷한 색상의 제품 검색도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스맥스는 올해 초 색조 화장품 전용 신규 공장인 평택 2공장도 정식 가동했다. 이 공장 생산능력은 월 약 1100만 개로 연간 약 1억3000만 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내에 오픈한 ‘컬러 아뜰리에’ 전경 (사진제공=한국콜마)
▲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내에 오픈한 ‘컬러 아뜰리에’ 전경 (사진제공=한국콜마)

한국콜마도 시장 분석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고 고객사 니즈에 맞는 다양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쉐이드 니즈가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인종에 맞춘 제형과 색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결합한 스킨케어링 화장품이 주목받으면서 멀티유즈(multi-use) 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멀티유즈 화장품에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한국콜마의 멀티유즈 색조화장품이 기능·효과 면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내 색조 화장품 개발 공방 ‘컬러 아뜰리에’도 열었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곳은 색조 전문가가 고객사가 원하는 최적의 색을 구현해 준다. 국내 화장품 업체 중 색조 화장품 개발을 위한 맞춤 공간을 선보인 건 한국콜마가 처음이다. 통상 색조화장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객사가 색을 선정하는 데까지 수일에서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컬러 아뜰리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색을 선택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한국콜마는 세계 최대 색조 원료사인 센시언트 뷰티와 손잡고 세계 색조 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업무협약을 맺고 최근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색조 화장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센시언트 뷰티가 새로운 색소를 한국콜마에 제공하면 한국콜마가 이를 활용해 시장 흐름에 맞춘 제품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색조 시장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대기업들도 색조 브랜드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LG생건)은 2022년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회사 지분 75%를 425억 원에 인수했다. 힌스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색조 브랜드다. LG생건이 두 회사를 인수한 것은 최근 인기가 높은 색조 화장품 포트폴리오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프레시안’, ‘글린트’, ‘VDL’ 등 자체 색조 브랜드도 키우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스킨케어와 비교해 색조 부문의 사업 비중이 다소 낮은 편으로 브랜드 인수를 통해 색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며 “힌스와 크램샵을 통해 해외 현지 특성에 잘 맞는 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인터)은 8월 일명 ‘장원영 틴트’로 유명한 색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했다.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젊고 대중적인 브랜드를 확보해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어뮤즈는 ‘젤핏 틴트’, ‘베베 틴트’ 등의 상품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이 176%에 이른다. 신세계인터는 어뮤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어뮤즈를 2028년까지 매출 2000억 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신세계인터 관계자는 “럭셔리 프리미엄 위주였던 기존 코스메틱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전략”이라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색조 제품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 해외에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어뮤즈를 인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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