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반드시 재건축”…막판 동의율 확보 경쟁 ‘치열’ [막오른 1기 신도시 재건축①]

입력 2024-09-23 17:03 수정 2024-09-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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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선도지구 공모 접수가 시작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의 막바지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선도지구 예상 물량이 1만 가구에 육박하는 분당 신도시에선 주민 동의율 만점에 해당하는 95%를 확보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뜨겁다. 한편에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양상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신청 접수가 이날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지역별 선도지구 규모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000가구 등 총 2만 가구다. 지자체가 추가로 선정할 수 있는 물량(신도시 별로 1~2개 구역)까지 더하면 올해 선정될 선도지구 규모는 최대 3만9000가구 규모로 추산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선정 기준은 △주민동의 여부(60점) △정부환경 개선의 시급성(10점)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10점) △ 정비사업 추진의 파급효과(참여 주택 단지 수 10점·가구 수 10점) △사업 실현 가능성(가점 최대 5점) 등이다. 이 중 관건은 주민동의율로, 평가 점수 상위권에 들기 위해선 최소 90%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부동산 신탁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공공과 맞손을 잡은 단지도 있다. 분당에선 파크타운, 무지개마을 11·12단지, 장안타운 빌라 등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과 함께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또 시범1구역(시범삼성한신·한양)은 KB부동산신탁과 MOU를 맺었고, 양지마을 통합 재건축은 한국토지신탁, 까치마을 1·2단지는 교보자산신탁 등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소규모 단지들 중에선 참여 가구 수(15점) 만점을 확보하기 위해 합동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분당신도시 A 단지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소규모 단지들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내겠단 것으로, 이들 단지는 높은 동의율을 기반으로 가구 수 만점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통합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신도시 시범한양 단지가 선도지구 주민 동의율 100%를 달성했다.  (출처=독자 제공)
▲분당신도시 시범한양 단지가 선도지구 주민 동의율 100%를 달성했다. (출처=독자 제공)

분당 신도시, 동의율 '이삭줍기' 막판 스퍼트

1기 신도시 중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단연 분당 신도시다. 분당은 평균 용적률이 200% 미만으로 낮은 데다, 강남·판교와 인접해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성남시는 선도지구 평가 기준에서 주민 동의율 항목의 만점(60점) 기준을 95%로 정했다.

1기 신도시 연합회 측에 따르면 이번에 최종 선도지구 접수에 나설 단지는 분당에서만 15~20곳에 이른다. 이 중 대략 3~4개 단지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지난 몇달 간 조합 집행부가 현업을 내려놓고 집집마다 방문해 설득에 나서는 등 동의율 만점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주민 동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홍보전도 뜨겁다. 마을버스 광고는 물론, '응원글 이벤트 공모' 1등 당선작 문구인 "당신의 동의서가 미래를 결정합니다"를 현수막으로 만들어 설치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총공세'에 나선 상태다.

▲분당신도시 시범삼성한신 아파트 단지 내에 재건축 선도지구 관련 주민 동의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독자 제공)
▲분당신도시 시범삼성한신 아파트 단지 내에 재건축 선도지구 관련 주민 동의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독자 제공)

이종석 1기 신도시 재건축 연합회 회장은 "그만큼 경쟁이 과열되고, 분위기가 치열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조바심이 나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라며 "이번에 선도지구에 선정되지 않으면 재건축을 언제 할 수 있을지 확실한 기약이 없는 만큼, 다들 마감일인 27일까지 똘똘 뭉쳐서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지역 단지들 역시 마감일까지 주민 동의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높은 동의율 확보의 당위성을 지적하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산의 한 재건축 단지 추진위원장은 "90%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하는 것은 신탁사 등 외부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선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우리 단지는 주민 자원봉사만으로 동의율을 받아서 80% 수준"이라며 "단기간 내 동의를 받다보니 충분한 설명도 없이 '묻지마 동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은 분명 추후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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