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사모펀드 먹잇감으로 전락…아폴로, 50억 달러 투자 제안

입력 2024-09-23 15:43 수정 2024-09-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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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시총 53% 감소
부실기업 투자 전문 아폴로 타깃 돼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사모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인텔에 50억 달러(약 6조6680억 원) 투자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 경영진은 이번 제안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사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2000년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막강한 지배자였던 인텔은 올 들어 지금까지 시가총액이 약 53% 감소했다. 이제 사모펀드까지 인텔 투자를 제안하는 형국이 됐다.

아폴로가 제안한 투자가 어떤 형태일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블룸버그가 ‘유사지분 투자(equity-like investment)’라고 보도한 점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지분은 갖지 않지만 기업 실적에 따라 이익과 손실을 함께 얻거나 부담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기준 인텔의 시가총액은 932억 달러다. 아폴로가 제안한 투자금은 시총의 5.2% 수준이다.

지난해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투자 확대 등을 공언하며 잠시나마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덕분에 작년 연말 주가는 51.2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계속되는 실적 쇼크로 주가가 급락했다. 10일에는 18.5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고 퀄컴이 인수에 관심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가가 다소 회복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50% 이상 빠진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모펀드 투자 제안을 인텔이 간과할 처지가 못 된다는 평가다.

▲인텔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메인보드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텔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메인보드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기업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옛 영광을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동시에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파운드리 손익분기점 실현이 반복해서 미뤄지는 한편, 반도체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매출 감소와 재무 부담 등에 발목이 잡혔다.

인텔의 이번 위기와 관련해 주요 외신은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한 전략적 실패”라고 분석했다.

WSJ는 “인텔의 위기는 모바일 반도체 수요를 놓친 데다 인공지능(AI) 칩 시장에도 뒤처지면서 위기를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텔의 경영난은 그들의 56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취약성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아폴로의 투자 제안은 인텔의 회생 전략에 대한 신뢰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인텔에 투자의향을 내비친 아폴로는 현재 기업 인수, 특히 보험 분야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1990년대 부실기업 투자 전문으로 출발한 자산운용사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또 아폴로는 굵직한 미국계 IT 기업의 인수전이 펼쳐질 때마다 단골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2년에는 트위터 인수전에 뛰어들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미국계 사모펀드 토마브라보 등과 경쟁하기도 했다.

인텔과도 이미 관계를 맺고 있다. 인텔은 6월 아일랜드 공장을 관리하는 합작사 지분 49%를 110억 달러에 아폴로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퀄컴이 인텔 인수 의향을 내비쳤지만, 이를 성사시키려면 세계 반독점 당국을 납득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한다. 반면 아폴로의 투자 제안은 당국의 승인을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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