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주제를 슬기로운 유머로 돌파하는 힘…'대도시의 사랑법'

입력 2024-09-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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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이 겪는 게 특별한 사건은 아니지만, 동시에 누구나 겪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단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23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김고은(오른쪽부터), 이언희 감독, 노상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김고은(오른쪽부터), 이언희 감독, 노상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언론시사회에서 연출을 맡은 이언희 감독은 연출 의도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연작소설 가운데 '재희'라는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해당 소설은 국내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후보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재희'는 게이 남성인 주인공이 대학 동기인 재희라는 여성과 동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 소설이다. 단편 소설을 장편 영화로 만든 이 감독은 "(분량을 채우기 위해) 많은 게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책을 재밌게 봤고, 재희와 흥수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내가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게 필요했고, 원작 작가님이 잘 써주신 걸 바탕으로 서사를 채웠다"고 말했다.

배우 김고은과 노상현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다. 김고은은 "재희가 나와 동갑이고, 동갑인 캐릭터를 처음 맡아서 반가웠다"라며 "어떻게 보면 재희가 여러 사람에게 미움을 받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걸 너무 1차원적으로 보이지 않게 그 이면의 부분이 와 닿을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성소수자를 연기한 노상현은 "(이 캐릭터는) 재희와 교류하고 성장해 나가면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라며 "재희를 통해서 자신을 사랑해가고 믿는다. 용기 내고 노력하는 모습을 최대한 섬세하게 잘 연기해 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성소수자'ㆍ'낙태'ㆍ'데이트 폭력' 등 민감 주제…슬기로운 유머로 돌파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희는 이성애자 여성이며, 흥수는 동성애자 남성이다. 불문과 동기인 두 사람은 치솟는 서울 집값으로 인해 동거를 시작한다. 남녀가 함께 있지만, 성적 긴장이 소거된 기묘한 동거인 셈이다.

영화는 이성애자 여성과 동성애자 남성의 동거를 통해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말한다. 흥수가 동기들로부터 아웃팅(outing : 타인에 의해 성정체성이 폭로됨) 당할 위기에 처하자 재희가 막아서고, 재희가 성범죄와 데이트 폭력의 위기에 처하자 흥수가 막아선다. '여성'과 '게이'라는 두 사람의 사회적 약자성이 동거를 통해 상호 보완되는 것이다.

영화는 성소수자, 낙태, 데이트 폭력, 성범죄 등 민감한 주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지만, 슬기로운 유머와 짜임새 있는 플롯, 배우들의 감각적인 연기력으로 돌파한다.

퀴어영화는 대체로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고, 주변으로부터 차별과 혐오의 폭력에 노출된 상태를 서사의 동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성애자 여성과 동성애자 남성의 동거를 통해 색다른 퀴어 서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오는 10월 1일 전국 극장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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