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주가 8.43% 급락, 뭔 뜻이겠나

입력 2024-09-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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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주가가 23일 8%대 하락했다. 정확하게는 8.43% 급락이다. 장 초반부터 7%대 약세를 보이다 결국 8%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개장 전에 전해진 전기요금 동결 소식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한전은 앞서 4분기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6분기 연속 동결을 택한 것이다. 물가, 민생 불안 등을 고려한 정부 당국의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 역대급 폭염에 8월 전기요금이 평균 13% 올랐고, 전체 10가구 중 7가구는 지난해보다 더 많이 내게 됐다. 사정이 이런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라도 막아 민생 주름살을 덜겠다는 당국을 무작정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전의 심각한 재무 상황을 방치해도 되는지는 적잖게 의문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될 수 있지 않나.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간판급인 한전은 빚더미에 짓눌려 있다.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총부채는 202조89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4400억 원가량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2021∼2023년 생산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해 43조 원의 누적 적자를 본 영향이 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인위적인 전기요금 동결로 한전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전기요금을 6차례 인상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기 판매 역마진 구조가 해소됐고,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 중이라지만 앞날은 캄캄하다. 올해 상반기 이자 비용으로만 2조2800억 원을 지출했다. 한전 경영진은 기회가 날 때마다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이런 호소에 귀를 막고 있다. 당국은 근육 자랑을 할 게 아니라 시장이 왜 싸늘하게 반응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전 경영난은 국가 대동맥인 전력망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등이나 다름없다. 한전은 지난해 25조 원대 자구안을 발표했고, 일부 전력 시설의 건설을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 원을 절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포퓰리즘 요금제를 탈피해 제값의 요금을 받는 정상화 조치 없이 한전을 부채의 함정에서 건져낼 묘방은 없다. 기후변화에 견디기 위해, 또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전력망을 더 확충하고 송전선로 또한 늘려야 한다. 이런 비용은 또 어디서 구할 것인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586.766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소비한 세계 6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은 10.959메가와트시(㎿h)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반면 전기요금은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가정용은 1㎿h당 130.4달러로 37개국 중 35위다. 전기요금을 급격히 올리는 것은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국민에게 에너지에 관한 사실관계만 정직하게 알려도 다 함께 답을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는 대신 요금 억제에만 급급해하는 것은 전임 정부의 실책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갈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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