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위기극복 해법 ‘역발상’ 필요하다

입력 2024-09-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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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침체에 집값급등 총체적 난국
전례나 매뉴얼로는 극복하지 못해
고정관념 버리고 근본원인 찾아야

일본 본섬 최북단 아오모리현에 가면 ‘합격사과’라는 브랜드의 사과가 있다고 한다. 이 브랜드의 유래는 이렇다. 아오모리현은 사과 산지로 유명한데, 1991년 가을 큰 태풍이 불어 힘들게 재배한 사과의 90%가 떨어져 버렸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한 농부가 10% 남은 사과는 거센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미지를 대학입시에 연결해 ‘합격사과’라는 브랜드로 비싼 가격에 팔았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프랑스에서 매년 11월 출시되는 ‘보졸레 누보’ 와인은 숙성하지 않아 깊은 맛이 없다는 단점을 그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햇와인이라는 마케팅으로 극복했고, ‘자일리톨’ 껌은 설탕성분 때문에 충치가 생기기 쉬운 껌의 단점을 치아건강에 도움이 되는 재료로 해결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역발상으로 어려움을 해결한 점이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보통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과거 선배들이 했던 방법이나 전례(前例)를 따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롭고 도전적인 방법으로 하는 것이다. 아마도 공직사회에서는 전자가 일반적일 것이다. 시민들이 정부나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할 때 ‘전례가 없어서’ 또는 ‘규정에 없어서’라는 대답을 자주 듣거나, 특정 사안에 대한 정부대책에 과거에 시행된 적이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보면 그렇다. 기업 등 민간조직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어디건 소위 Ctrl+C, Crtl+V 문화(복사해서 붙이는 컴퓨터 용어)가 존재한다.

물론 일하는데 과거 선배들이 했던 방식과 전례는 중요한 참고사항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과거 누군가가 대책을 만들었을 때 처했던 상황과 100% 똑같지 않기 때문에 과거 방식이나 전례대로 해선 안 된다. 가끔 언론에서 어떤 사건에 대해 담당기관이 ‘매뉴얼대로 했다’거나 ‘매뉴얼에 없어서 못 했다’라고 답했다는 보도를 보면 너무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심리학에 ‘데자뷔(deja vu)’라는 용어가 있다. 처음 겪은 것을 마치 과거에 봤거나 경험했던 것처럼 느끼는 감정으로 우리말로 기시감(旣視感)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되는 의미로 미국 로버트 서튼 교수는 저서 ‘역발상의 법칙’에서 데자뷔를 거꾸로 읽은 ‘뷔자데(vuja de)’란 용어를 제시했다. 수없이 보고 경험한 것도 마치 처음 접한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는 늘 하던 일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뷔자데’, 즉 역발상이야말로 혁신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안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난제에 봉착해 있다. 서민들은 치솟은 물가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수요 위축과 비용 상승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기 어렵다고 한다. 또 기업들은 내수 침체와 경영환경 악화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어렵다고 하고, 설상가상으로 의대생 정원 증원에서 비롯된 의료대란과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국가적으론 장기성장률이 0%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창조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은 지연돼 국민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까. 이럴 때일수록 해법을 찾는 방법을 혁신해야 한다. 과거부터 내려오는 방식을 답습하거나 전례를 따르는 데자뷔식 접근을 반복해선 올바른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이젠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수없이 의문을 던지며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는 ‘뷔자데’식 접근을 해야 한다. 태풍피해를 ‘합격사과’로 돌파한 아오모리 사과농부의 사례와 서튼 교수의 ‘역발상’ 충고를 가슴에 새겨 오늘날 우리 사회와 각 조직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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