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빠른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합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국가 차원의 치매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건강보험 급여의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곳보다 급속한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의학의 발전으로 다양한 난치병에 대한 희망이 생겼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인 치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이미 치매를 관리하는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까지 증가하면서 미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정지향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신약만큼이나 치매 진단과 비약물적 치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필요하지만, 현재 급여가 되지 않아 100만~120만 원의 고가란 점에서 환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필수적인 인지훈련이나 운동요법 등 비약물치료도 아직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정 이사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치매 유병률이 가장 높다. 국가 치매관리 비용도 20조 원이 넘는다”며 “예방과 진단이 너무 중요하다. 치료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환자가 일상생활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돌봄 비용을 줄여나가야 전체적인 부담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치매 환자에 쓰이는 약물은 아세틸콜린 분해효소억제제와 NMDA수용체길항제 2종 뿐이다. 모두 치매의 진행을 멈출 수는 없고, 진행 속도만 늦추는 역할을 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도네페질의 경우 1996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FDA 문턱을 넘은 ‘레켐비’는 약 30년 만에 등장한 치매 신약으로 많은 환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정 이사는 “레켐비 역시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지만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앞서 출시된 미국과 일본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급여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급여로 6개월~1년에 걸쳐 처방한 후 대한치매학회가 실제 처방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급여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 이시가 제시한 치매 예방의 3요소는 운동·인지·영양이다.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라면 인지 활동, 그 이후라면 운동이 더 강조된다. 70세 이상이라면 하루에 최소 50g의 단백질을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를 무료로 선별검사(스크리닝)하고 이상소견이 있을 경우 대응할 수 있다. 치매 진단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으로 이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 치매 관리의 지름길이다.
정 이사는 “누구든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다른 병으로 먼저 사망한다”면서 “치매가 나에게 닥칠 때까지 무방비 상태로 기다릴지, 먼저 검사해서 예방하고 훈련할지 두 가지 길 중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