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회고록 낸 살만 루슈디 “표현의 자유 없으면 모든 자유 죽는다”

입력 2024-10-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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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 후 쓴 회고록 ‘나이프’ 국내 출간
공개 강연 준비 중 괴한에게 습격 당해

▲피습 회고록 낸 살만 루슈디.  (연합뉴스)
▲피습 회고록 낸 살만 루슈디. (연합뉴스)

’나이프’는 사랑의 힘에 관한 책입니다.
혐오의 대척점에 서서 혐오를 이기는 사랑에 관한 것이지요.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7)가 자신의 피습 사건을 담은 신간 회고록 ‘나이프'(Knife)’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이프’와 관련해 “혐오를 이기는 사랑의 힘에 관한 책”이라고 규정했다.

루슈디는 2022년 8월 12일 미국 뉴욕주 셔터쿼의 한 야외 강연장에서 연사로 무대에 올라 강연을 하던 중 무슬림 극단주의 청년에게 목, 가슴, 눈 등 온몸을 칼에 찔렸다. 그는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루슈디가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모독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였다. 그해 이란 최고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작가와 이 책 출판에 관여한 이들을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렸다. 이후 30여 년간 은둔생활을 해온 그에게 피습 사건이 처음 발생하게 됐다. 루슈디에게 흉기를 휘두른 범인은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시아파 무슬림 남성으로 나타났다.

신간 회고록 ‘나이프’에는 루슈디가 겪었던 흉기 피습 당시와 그 이후 회복과 트라우마 극복 과정에서 했던 생각들을 정리했다. 루슈디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자유도 함께 죽어버리는 자유”라면서 “이 자유는 우파와 좌파 양쪽에서 모두 강력히 보호돼야 한다. 수많은 작가가 자신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그렇게 해왔다”고 강조했다.

▲살만 루슈디의 신간 회고록 '나이프'(Knife)’.  (연합뉴스)
▲살만 루슈디의 신간 회고록 '나이프'(Knife)’. (연합뉴스)

실제로 루슈디를 습격한 범인은 ‘악마의 시’의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슈디는 범인과 상상 속에서 나눈 대화를 책의 6장에 쓰기도 했다. 그는 “범인이 책을 읽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성찰과 반성을 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며 “6장을 쓴 이유는 그가 이 이야기의 일부가 돼야 하는 게 분명하고, 그를 나의 등장인물로 만드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작가는 오랜 세월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한 작품 ‘악마의 시’와 관련해서는 “나를 공격한 자가 읽지도 않았던 내 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그 책을 위협의 '그림자' 속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하나의 총체로, 문학으로서 읽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나이프에 이어 루슈디의 작품 에세이 ‘진실의 언어’와 소설 ‘승리 도시'도 국내 출간 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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