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계약 후 1년 넘게 미등기?…연내 '집값 띄우기’ 막을 대책 나온다

입력 2024-10-03 11:00 수정 2024-10-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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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 토지정책관이 2일 '2024년 수도권 주택 이상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1차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영희 기자)
▲남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 토지정책관이 2일 '2024년 수도권 주택 이상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1차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영희 기자)
서울 집값 급등세가 계속되자 정부가 ‘호가 띄우기’ 조장하는 투기세력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편법증여, 대출자금 유용, 계약일 거짓신고 등 위법 의심거래를 차례로 적발한다. 실거래가 정보에 혼동을 줄 수 있는 장기간 미등기 거래 통제를 위한 별도의 대책 마련에 돌입한다.

국토교통부는 8월 13일부터 9월 27일까지 7주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합동으로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1차 현장점검과 기획조사를 시행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일대 45개 아파트다.

부동산 불법행위 통합 신고센터에 자금조달계획 적정성이 의심되거나 집값 담합, 대출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 단지부터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의 상시 모니터링 중 발견된 이상 거래나 통상적이지 않은 신고가 거래가 발생한 곳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위법이 의심되는 397건의 거래(위법의심 행위 498건)를 적발했다. 1건의 거래가 다수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여러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적발된 위법 의심거래는 위반 사안에 따라 국세청,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는 동시에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이번 기획조사는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해 연말까지 시행한다. 2차 조사는 최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1기 신도시와 서울 전역, 3차는 경기·인천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올해 거래 신고분에 대한 기획조사는 내년 4월까지 추진한다.

‘계약 후 미등기’ 실거래가 교란 막는다… “연말 대책 발표”

계약 후 등기를 하지 않아 실거래가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는 거래도 제재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국 미등기 거래는 감소했다. 전체 아파트 거래량 18만7000여 건 가운데 미등기 거래는 0.28%(518건)로 전년 동기(1183건) 대비 56% 줄었다.

미등기는 허위신고를 통한 이른바 '집값 띄우기'에 악용될 수 있다. 등기 없이 계약서만 써도 실거래가 신고가 가능하기에 특정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가짜로 계약한 다음 이 가격이 추후 '추격 매수'의 기준이 돼 집값이 오르면 나중에 본 거래를 취소하는 식이다.

2022년 강남구 현대6차 전용면적 157.36㎡가 역대 최고가인 58억 원(4층)에 중개 거래됐다가 7개월 후 갑작스럽게 거래가 취소됐다. 당일 같은 매물이 다시 58억 원에 팔리자 허위매물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2023년 1월 이후 거래분부터 등기 여부(등기일)를 공개하는 한편 올 2월부터는 실거래 정보 공개범위를 아파트 동(棟)까지 확대했다. 최근에는 가격 상승기에 신고가로 거래를 신고하고 오랜 시간 동안 미등기 상태를 유지하다 거래를 취소하는 거래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업계에선 통상 계약일 2~3개월 뒤 잔금 일을 정하는데 전국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리는 사례도 발견된다”며 “이를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잔금 일이 계약일에서부터 늦게 설정될수록 계약이 해제되는 일이 더 많다는 패턴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일부터 취소일까지는 신고된 가격으로 실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기에 수요자들에게 왜곡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잔금일 기한이 과도한 거래를 대상으로 별도의 실거래가 공개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공개 대상 기준은 현재 논의 중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들썩이는 ‘지분 쪼개기’ 투기… 집중 조사 대상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기획부동산 ‘지분 쪼개기’ 성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 11월 정확한 해제 지역을 공개할 계획이다. 서초구 우면동과 강남구 세곡동, 송파구 방이·오금·마천동 등이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서울 토지 거래량은 증가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토지 거래량은 2만1501필지로 2월(1만1305필지) 대비 59.5% 뛰었다. 월별 토지 거래량이 2만 필지를 넘긴 것은 2021년 12월 이후 3년여 만이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어렵거나 경제적 가치가 낮은 토지를 개발이 가능할 것처럼 속여 여러 명에게 적은 지분을 매도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다수의 피해자가 생겨나고 투기 수요가 몰리면 토지가격이 올라 공익사업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국토부는 2020년 1월부터 올 7월 전국 토지거래 분 중 △개발 가능성이 낮은 토지의 지분거래 △특정 시기 다회 거래 △특정 시기 가격 상승 폭이 큰 거래 등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3~6월 ‘기획부동산 집중신고 기간’에 접수된 피해 사례도 조사 대상이다.

남 정책관은 “총선 이후 발표된 여러 부동산 관련 선심성 공약과 ‘8.8. 공급대책’에서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일부 지역에서 토지 지분 거래들이 다수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아직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 인근 지역만 조사 예정이며 정확한 지역이 드러나면 재차 특별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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