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제가 지배하는 중증 건선 치료제 시장, ‘먹는 약’ 급부상하나

입력 2024-10-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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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0-09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급여 적용 경구제 신약에 제네릭 허가까지 속속…기전·제형 차별화 전략 먹힐까

중증 건선치료제 시장의 지배력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먹는 약)으로 이동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증상 개선 효과가 뛰어난 생물학적제제 주사제가 중증 건선 환자에게 최선의 옵션으로 고려됐지만, 먹는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기 시작하면서 환자들의 선택지가 확대됐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주사제 중심의 국내 중증 건선치료제 시장에 경구제 신약이 등장해 점유율 변화가 예상된다. 경구제는 주사제와 유사한 효과성을 가지면서 침습적인 투약이 불필요해 복용 시 부담이 덜하다는 특징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건선은 고혈압과 당뇨병처럼 완치의 개념이 없으며, 증상 완화와 악화가 평생 반복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피부에 염증과 각질 등이 생겨, 날씨가 건조해지는 가을철 환절기에 환자들의 고충이 커진다. 피부병변과 함께 건선성 관절염, 대사증후군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스테로이드 연고나 항히스타민제 등을 사용하며, 환부에 중파장자외선(UVB)을 쬐는 광선치료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병변이 완화되지 않는 중증 환자들은 주사제인 생물학적제제 투약이 고려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국내 건선 진료인원(입원·외래)은 지난해 16만1395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50대 3만3226명명, 40대 3만952명, 60대 2만8505명 순이었다. 구직활동을 하거나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시기인 20대와 30대 환자도 각각 1만7064명, 2만4521명으로 적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애브비의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 얀센의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노바티스의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 등의 생물학적제제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들 주사제는 건선을 비롯해 건선성 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 등에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정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BMS의 경구용 판상 건선 치료제 신약 소틱투(성분명 듀크라바시티닙, 왼쪽)와 애브비의 생물학적제제 주사제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 (사진제공=각사)
▲BMS의 경구용 판상 건선 치료제 신약 소틱투(성분명 듀크라바시티닙, 왼쪽)와 애브비의 생물학적제제 주사제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 (사진제공=각사)

이런 가운데 올해 4월부터 한국BMS제약의 경구용 판상 건선 치료제 신약 소틱투(성분명 듀크라바시티닙)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되면서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소틱투가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한 지 8개월 만이다.

소틱투는 선택적으로 티로신키나아제2형(TYK2)을 억제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이다. TYK2는 건선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루킨-23/인터루킨-17(IL-23/IL-17) 경로의 중심 연결고리다.

주사제와 달리 경구제는 투약 편의성이 높다. 소틱투는 용량 조절이 필요 없는 6㎎ 단일 용량으로, 음식 섭취와 상관없이 1일 1회 복용하는 용법이다. 효과성 역시 주사제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BMS에 따르면 광선요법 혹은 전신요법을 필요로 하는 중등도-중증의 성인 판상 건선 환자 총 16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16주차에 중증도를 나타내는 PASI점수가 75% 이상 개선된 환자는 58.4%에 달했다. 의사의 전반적인 평가 점수인 sPGA 0/1 달성률도 53.6%로 집계됐다.

중증 건선 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제 옵션은 소틱투가 유일하다. 암젠이 2017년 11월 건선 치료 경구제 오테즐라(성분명 아프레밀라스트)의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바 있지만, 약가 협상에 실패해 시장 진입은 불발됐다. 암젠은 2022년 6월 오테즐라의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하면서 시장에서 철수했다.

다만 향후 제네릭 의약품이 다수 등장해, 소틱투의 경구제 시장 독점 체제는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암젠의 오테즐라 물질 특허가 지난해 3월 만료돼 국내 기업들의 제네릭 개발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이미 동구바이오제약,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종근당 등은 올해 4월 식약처로부터 오테즐라의 제네릭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포츈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선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243억3000만 달러(32조6022억 원)로 평가됐다. 이어 오는 2029년까지 472억4000만 달러(63조3016억 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주사제 시장은 오리지널 제품뿐 아니라 같은 기전을 가진 바이오시밀러 경쟁 제품도 많아 눈에 띄는 장점을 내세우기 어려운 상태”라며 “신약의 기전과 제형이 차별화된 만큼, 점차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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