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강의 안 듣는다고요“…문자·전화·SNS 안전지대 없다[진화하는 리딩방 스팸①]

입력 2024-10-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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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국내외 금융증권사·재계 인사 사칭

무료 주식교재·치킨 쿠폰까지 동원해 유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거래소 A팀장입니다. 이벤트가 있어 안내차 연락드렸습니다.” 취업준비생 김모(31) 씨가 올해 받은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다. 김 씨는 평생 “○○ 거래소”도 “A팀장”도 접촉해본 적이 없다. 지인들은 ‘리딩방’ 참여를 권하는 스팸 전화가 아니냐고 했다. 하루 두세 개꼴로 ‘교수 주식 강의’, ‘교재 무료 나눔’, ‘치킨 쿠폰 증정’ 등을 앞세운 주식, 해외선물, 코인 종목 추천 문자를 받던 김 씨에게 이제 전화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직장인 오모(34) 씨는 “웰스파고”에서 운영하는 채팅방에 초대한다는 문자를 두 달에 걸쳐 8개 받았다. 문자를 발송한 휴대전화 번호는 제각기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웰스파고 A 대표”가 개설한 “텔레그램 방”에 가입해 “투자 멘토링”을 받고 상장사 “내부 정보와 우량주”를 추천받으라는 것이다. 최근 문자가 뜸해졌지만, 왜 이런 메시지가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송됐는지 오 씨는 아직도 모른다.

불법 리딩방으로 유도해 투자자 금전을 빼앗는 ‘스팸 폭탄’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단속에도 활개를 치고 있다. 스팸 메시지 발송 통로나 수법도 갈수록 지능하화고 있다.

9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1~8월 휴대전화 스팸 건수는 2억8041만 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전체 건수(2억9550만 건) 95%가량을 이미 채웠다. 2021년(3086만 건)과 비교해서는 약 9배 큰 규모다.

불법 리딩방 세력은 문자, 메신저, 전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불특정 다수를 현혹하는 양상으로 변모 중이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먼저 ‘미끼’를 던진다. 주식 교재 무료 증정이나 ‘고수익 보장’ 주식 강의 제공, 배당금 지급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밴드·텔레그램 등 메신저에 개설된 리딩방 초청을 수락하면 소정의 상품을 증정한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웰스파고 등 해외 금융사 사칭으로 불법 리딩방에 신뢰성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VC) 등도 동원된다. DS투자증권, BNK투자증권, 하나자산운용 등은 자사 홈페이지에 ‘당사·당사 임직원 사칭 투자유인 행위 주의’ 팝업창을 띄워 투자자들에게 피해 예방을 공지 중이다. 재계 인사나 연예인 등의 유명세를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내기도 한다.

‘유인책’이 투자자를 불법 리딩방에 초대하는 데 성공하면 투자자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단계가 이어진다. 특정 종목 매매를 부추기거나 수십만 원대에서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수수료를 요구한다. 계약 해지 위약금이나 정보 이용료 등을 물리기도 한다. 이런 절차는 범행 ‘총책’을 중심으로 ‘관리책’, ‘인출책’ 등이 맡는다.

이들이 스팸을 살포해 얻는 것은 막대한 금전적 이득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투자자 주식 매수를 유인하기 위해 스팸 문자 3040만 건을 뿌린 주식 리딩방 업체 직원 B씨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구속 송치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B씨 등 일당이 챙긴 범죄 수익은 18억 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천 종목 중 이익이 발생한 종목의 수익률만 제시하거나, ‘최소 OO% 수익률 보장’, ‘종목 적중률 OO%’ 등 객관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내용을 광고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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