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통일독트린, 北 위협 아닌 국제적 쾌거...한중 관계도 국제규범 기반”[종합]

입력 2024-10-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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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제47회 싱가포르 렉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제47회 싱가포르 렉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를 순방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유 통일 한반도 구상에 대해 “북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중 관계와 관련해선 “‘상호존중’과 ‘국제규범’ 원칙에 입각한 공동이익 추구 차원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처’에 강연자로 나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반도 통일 비전’ 주제 연설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역내 국가 간, 지역 간,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600만 명의 북한 주민에게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 될 것”이라며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이는 자유의 가치를 크게 확장하는 역사적 쾌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더 큰 자유를 얻게 된 한국은 역내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더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 한반도의 경제적 파급효과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은 인태 지역의 경제 발전과 번영에도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개방된 한반도를 연결고리로 태평양-한반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된 한반도를 중심으로 에너지, 물류, 교통, 인프라, 관광에 걸친 활발한 투자와 협력의 수요가 분출할 거라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8‧15 통일 독트린 발표 후 처음으로 해외 연설에서 ‘자유 통일 한반도’ 구상에 대한 정치‧경제적 파급효과와 국제적 의미를 소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연설과 같은)자유 통일 한반도 실현을 위한 노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갖는 의의를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와 국제사회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에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북한에 위협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통일 원칙과 비전은 자유·평화 통일”이라며 “어떤 무력과 물리력에 의한 강제적인 통일은 우리 헌법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희는 이런 통일 의제를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정을 올바로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전체주의적 권력에 매몰돼 당장 통일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통일을 준비해야 변화와 기회가 왔을 때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진 ‘미중 관련 대한민국의 정치적·정책적 고려사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대중 관계에서도 ‘상호존중’과 ‘국제규범’ 원칙에 입각한 공동의 이익 추구 차원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은 유일한 동맹국가로, 대한민국 외교와 대외정책의 근간은 한미동맹에 있다”며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을 도와 대한민국 국군·유엔군과 싸운 역사가 있지만, 미래 지향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경제·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에 대해 “원칙은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라는 틀 안에서 경쟁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차원의 규범 기반의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견인하는 건설적인 관여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자유 통일 한반도 구현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민관이 두루 참여하는 ‘국제 한반도 포럼’을 활성화해 국제사회와 함께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3년간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개발 협력 사업에 1억 달러(약 1334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렉처는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이다. 1980년에 창설돼 같은 해 10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대 교수가 첫 강연에 나섰다. 이어 2회 강연자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초청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이 연사로 나섰다.

이날 싱가포르 렉처에는 싱가포르 각계 인사들과 각국 외교단, 그리고 우리 동포와 유학생 등이 참석했다.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전날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하고 공급망 교란에 공동 대응하는 양자 차원의 ‘공급망파트너십약정(SCPA)’을 포함 총 17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포 오찬 간담회를 끝으로 윤 대통령은 싱가포르 일정을 마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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