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WGBI 편입 반갑지만, 할 일이 태산이다

입력 2024-10-0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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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현지시간) 한국을 내년 11월부터 WGBI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국채지수(GBI-EM)와 함께 전 세계 기관투자금을 빨아들이는 글로벌 3대 채권지수다. 한국은 2002년 가입한 BBGA에 이어 WGBI까지 양대 ‘선진 국채클럽’에 들어선다.

이번 쾌거는 2022년 9월 이후 네 번 도전 끝에 일군 과실이다. 한국의 편입 비중은 WGBI 26개국 중 미국(40.4%)·일본(10.2%)·중국(9.7%) 등에 이어 아홉 번째로 큰 2.22%를 차지한다. WGBI 추종 자금이 최소 2조5000억 달러(3362조5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560억 달러(약 75조 원)가 넘는 자금 유입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재정은 물론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 운용에도 이만한 호재가 따로 없다. 정부가 내년에 발행할 201조3000억 원 국고채 중 83조7000억 원이 순발행이다. WGBI 편입 효과로 인한 자금 유입만큼 발행 여력이 추가로 늘어나면 나라 살림에 숨통이 트인다. 금리도 내려가 지난해 23조 원에 달했던 국고채 이자 비용 감소가 기대된다. 국고채 금리 기반인 회사채 금리가 낮아져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낙수효과도 있다. 외환시장 안정도 빼놓을 수 없다.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늘면 원·달러 환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가 경제 신인도 향상, 자본시장·실물경제 성장 등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더하면 ‘마중물’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옛말에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다. 경계할 것도 많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낸 신뢰를 유지하고, 굳혀나가는 게 관건이다. 한 발이라도 삐끗하면 국채통합계좌 개통, 서울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외국인의 국채투자 비과세, 외국인 투자자등록제(IRC) 폐지 등 지난 2년간 갖은 노력을 기울여 얻은 성과가 유명무실해지거나, 무의미해질 수 있다. 1990년대 후반을 얼룩지게 한 외환위기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경사 후에 닥쳐왔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공매도 문제 뒤처리가 발등의 불이다. 이번엔 관찰대상국 지정을 피했지만, 내년 3월 30일 공매도가 재개되지 않을 땐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온 것을 허술히 넘겨선 안 된다. 정부와 국회가 최근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 방지 시스템 구축 등 공매도 재개를 위한 제도 개선을 마무리했다. 후속 조치도 속도를 낼 일이다.

금융시장 선진화와 규제 철폐도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 외국인의 투자 접근성, 거래 편의성, 투명성을 높일 인프라 확충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관치금융 구태를 청산하는 근본적 과제도 있다. WGBI 편입의 온기가 세계적으로 저평가된 우리 증시에 퍼질 수 있도록 전천후 대비도 필요하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강화, 약탈적 상속·증여세 폐지 혹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각론 차원의 과제가 산더미다. 샴페인이나 터뜨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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