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매킨리 대통령 찬양에…세상 무식한 발언 비난↑

입력 2024-10-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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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 공식으로 고율 수입 관세 제시한 25대 대통령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1890년대는 높은 관세 제도 덕분에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했다.” (2024년 9월 27일 미시간주 워렌에서 연설)

“위대하지만 매우 과소평가 된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의 말을 빌리자면, 공화당의 보호무역주의 관세 정책은 우리 국민의 삶을 더 윤택하고 밝게 만들었다.” (2024년 9월 5일 뉴욕경제클럽 연설)

자국 우선주의, 보호 무역주의를 내세운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제조업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죽은 지 123년이 넘은 25대 미국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를 위와 같이 거듭 찬양하고 있다.

1896년부터 1901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매킨리는 번영을 위한 공식을 고율의 수입 관세로 보고 일명 ‘매킨리 관세법’을 입안해 1890년 10월 1일 발효시키는 것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관세를 미국 정부 정책과 예산의 중심에 두고 싶어하는 트럼프가 매킨리를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트럼프가 매킨리의 일생과 시대적 배경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뉴스위크는 “트럼프가 19세기 매킨리의 경제 정책을 칭찬한 발언에 대해 역사가와 경제 전문가들이 인터넷의 다양한 곳에서 날카로운 비난을 쏟아냈다”면서 “트럼프의 매킨리에 대한 발언은 세상 무식한 발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첫 TV 토론에 참석한 모습. 필라델피아(미국)/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첫 TV 토론에 참석한 모습. 필라델피아(미국)/AFP연합뉴스

매킨리 시대, 고관세 정책의 한계 공감 확산 시작

먼저 매킨리 시대에는 고관세의 단점이 분명해지면서 자유무역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됐고, 결국에는 트럼프가 등장할 때까지 거의 한 세기 동안 고관세 정책이 유행하지 않은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매킨리 전기 작가 로버트 메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궁극적으로 매킨리의 요점을 놓치고 있다”면서 “매킨리가 무역 보호주의 정책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대통령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관세의 한계를 깨닫기 시작했고, 그는 미국의 성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무역 파트너와의 자유로운 상품 흐름과 상호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매킨리가 1901년 암살자의 총알에 사망하기 전날 뉴욕주 버펄로에서 마지막으로 한 연설의 내용은 보호주의에서 호혜주의로 전환해야 한다였다.

매킨리 사망으로 부통령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도 대체로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물론 1930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스무트-하울리 관세법을 법으로 제정하면서 고관세는 매킨리 대통령 이후 다시 등장했다. 스무트-하울리 관세법은 1930년 대공황 당시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마련한 관세법으로,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 법을 시행하자 여러 국가가 보복관세, 수입 제한 조치 등으로 맞섰고, 이에 무역 거래가 급감하면서 대공황이 심화됐다. 결국 매킨리 시대의 교훈에 더해 관세가 물가를 올리고 독점을 초래하고 불황을 악화시키는 미국인의 인식을 강화했다.

관세 역사가 윌리엄 볼트는 “1930년대 중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2016년까지 미국은 관세를 낮추는 등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의 길을 걸었다”고 짚었다.

“매킨리 시대 부유 주장은 거짓”

매킨리 시대가 부유했다는 트럼프의 주장도 거짓이라는 비판이다. 저널리스트 폴 파르히는 엑스(Xㆍ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1890년대를 전례 없는 부의 시대로 묘사한 것과는 달리 미국은 1893년부터 1897년까지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었다”면서 “은행이 파산했고 실업률은 5년 동안 10%가 넘었다”고 전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TJ 스타일스는 X에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를 약 50%로 인상한 ‘매킨리 관세법’은 이후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당한 정치적 손실을 본 데 영향을 미쳤다”고 회고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세수의 과반이 관세였던 당시와 현재 격차 커

트럼프는 관세가 높았던 매킨리 시대에는 소득세가 미미했다면서 관세 인상을 통해 미국 소득세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관세가 세금 감면부터 육아까지 다양한 재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관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한 현시대 상황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에 따르면 1890년대 관세 수입이 연방 세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지금은 관세의 비중이 2%에도 못 미친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구상을 실현하려면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모든 상품에 최소 70% 관세가 부과돼야 한다고 봤다.

더군다나 관세는 특정 산업에 대한 단기적 보호를 제공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비용 증가와 무역 파트너의 잠재적 보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작용이 크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고관세로 인한 다른 국가의 보복 조치를 차치하더라도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되면 연간 2250억 달러가 관세로 조달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향후 10년간 5조2000억~6조90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의 선거 공약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매킨리 시대는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정부의 다양한 경제정책 도구가 등장하기 전이라는 점도 매킨리 시대에 대한 미화가 지나치다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볼트는 “트럼프는 우리가 거의 100년 동안 논의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하지만 매킨리 시대는 교훈이 아닌 ‘경고의 이야기’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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