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유럽의 병자’ 굴욕

입력 2024-10-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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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성장률 전망 -0.2%로 하향
1990년 통일 이후 두 번째 2년 연속 역성장
개인소비 위축·제조업 부진 장기화 영향
‘구조적 불황’ 빠질 위험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2년 연속 역성장이라는 암울한 경제 전망을 내놓으면서 20여 년 만에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받게 됐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 0.2%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경기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자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을 4월 예상치였던 0.3%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독일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에도 -0.3%를 기록해 당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주요 7개국(G7)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이번 독일 정부의 전망대로라면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두 번째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독일은 수출과 제조업이 부진을 겪었던 2002~2003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겪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장기 경기침체에 빠진 독일을 두고 ‘유럽의 병자’라고 비꼬았다.

독일 정부가 이번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결정적 배경에는 개인소비 부진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발생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개인소비는 임금 인상 등과 맞물려 경기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올해 내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독일 정부 전망에 따르면 올해 개인소비는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치고, 내년에서야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구매력을 회복한다.

독일 경제 기반인 제조업 부진 장기화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독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IM)는 9월 40.6으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과 신규수주가 일제히 감소했고, 인력 감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설비투자를 꺼리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독일 정부는 지속적인 임금인상에 따른 소비 회복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내년 경제성장률이 1.1%로 플러스(+)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독일이 ‘구조적 불황’에 빠질 위험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그간 독일 경제를 지탱해온 것은 러시아가 공급하는 값싼 에너지와 수출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은 치솟았고, 수출은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 경기 둔화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의 수출은 0.3%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입 관세 강화를 언급하는 것도 독일에는 부담이다. 중국이 기술력 발달에 힘입어 고품질 공산품 생산하면서 독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가운데 폭스바겐 등 독일 기업들은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자국 생산을 줄이고 있다.

하베크 장관은 “독일의 (경제) 성장의 절반은 항상 수출에서 나왔는데, 전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로 이 기둥도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와 지정학적 문제로 2018년 이후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는 올라프 숄츠 총리 정권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옛 동독 지역인 튀링켄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가 표가 제1당에 올랐다. 독일 극우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1945년 나치 독일이 패망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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