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AI시대 ‘인성 교육’ 더 중요하다

입력 2024-10-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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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입시위주 교육은 창의성 억누를 뿐
미래 사회는 인간적 특성이 돋보여
호기심·공감·겸손 갖춘 인재 키워야

21세기 경영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개념 중 하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는 어떤 정책이나 전략을 실행할 때 본래 목적했던 것과는 다른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전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는 환경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때로는 여러 영역이 복잡하게 얽혀 예상치 못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은행 총재, 강남 스타일 부동산 붐에 대해 경고”라는 제하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 인터뷰에서 한은 총재는 지나친 주택가격 상승, 가계대출 확대, 불평등 심화, 여성인재의 경력 포기, 지방 소멸 등 다양한 경제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과도한 교육열을 지목하였다. FT는 수도권 명문 고교 및 대학에 한정된 기회를 위한 경쟁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의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첨언하였다.

2023년 한국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8년 29만1000원에서 크게 증가한 수준으로, 당시에도 이미 싱가포르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의 3배에 가까웠다. 이는 정부가 내신성적제도 도입으로 의도했던 공교육 정상화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도한 사교육은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 다양한 관점 이해, 능동적 학습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여러 수준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요인이 얽혀 있을수록 어려워진다. 이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목적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따르면, 교육의 목적은 깊이 있게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증거를 선별하고 평가하며, 진실과 거짓을, 실제와 비현실을,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교육이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범죄자는 이성을 갖추었지만 도덕성이 없는 사람일 것이라면서, 인격을 교육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표라고 말하였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은 이러한 목적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학생들의 호기심, 공감, 겸손을 함양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기여를 인정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특성들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AI가 데이터 처리와 분석,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해 나가는 상황에서, 인간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호기심, 공감, 겸손과 같은 고유한 인간적 특성이다. 호기심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혁신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되며, 공감은 팀원들과 고객들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필수적이다. 겸손은 지속적인 학습과 협력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된다.

과연 우리의 현재 교육은 이러한 특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가?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의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인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획일화된 평가 방식과 과도한 경쟁은 호기심을 억누르고, 협력보다는 개인의 성과만을 중시하게 만든다.

따라서 입시 제도의 개혁은 단순히 대학 선발 방식의 변화를 넘어, 교육의 본질적 목적을 되찾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 전달과 경쟁 중심의 평가를 넘어, 호기심을 자극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며 겸손한 태도를 함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우리 교육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인재 양성과 사회 발전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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