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오랜만에 축구팬들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렸는데요. 바로 '2026 국제축구협회(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것이죠.
앞서 지난달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전에서는 관중들이 홍명보 감독에게 야유를 쏟아낸 바 있는데요.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의 '특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죠. 결국, 한국 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팔레스타인(96위)과 0-0으로 비기면서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응원의 물결 덕이었을까요. 한국 대표팀은 '중동의 강호' 이라크를 상대로 3-2로 승리를 거두며 3차 예선 3연승을 내달렸습니다.
각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 가운데 이번 이라크전 승리로 5부 능선을 넘은 셈이죠.
특히 이번 경기에서 고무적인 부분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울버햄튼) 등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들이 빠진 빈자리를 '젊은 피'들이 채운 것인데요.
적장 이라크 감독도 칭찬했습니다.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의 라인업과 오늘 경기 라인업이 달랐다. 선발로 나선 선수들에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카사스 감독은 "한국은 조직적으로 팀이 잘 이뤄진 것 같다"며 "3-1로 앞서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국을 치켜세웠죠.
대표팀은 전반에 터진 오세훈(마치다)의 선제골과 후반 오현규(헹크), 이재성(마인츠)의 추가골로 이라크의 추격을 뿌리쳤죠.
그뿐만 아니라, 5년 만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후반 교체 출전한 문선민(전북 현대)의 활약에 팬들은 '간만에 시원한 경기였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이라크전에서 승리한 홍명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오래간만에 웃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홍명보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주 좋았던 게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었다"면서 "그런 점들이 팀에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선수들이 알아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오늘이 어떻게 보면 올해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고 생각한다"며 "승리해서 기쁘고, 승리를 가져온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싶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굉장히 좋았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 '이번 홈경기 때는 야유가 없었다'는 질문에는 "그 이유는 제가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웃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일부 축구팬들은 경기에 이긴 것과 불공정한 감독 선임은 별개의 문제라며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말대로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과 관련된 특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데요.
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 내렸죠.
우선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 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불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규정상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 기술 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최종 감독 후보를 추천했다는 것인데요.
특히 문체부는 감독 면접 과정에서 규정이 지키지 않은 점을 지적했죠.
문체부는 이 기술 이사가 거스 포예트와 다비드 바그너 등 2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는 달리 홍 감독 면접 과정에서 사전 인터뷰 질문지도 없고 참관인도 없이 단독으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홍명보 감독에게 면접 진행 중에 감독직을 제안·요청한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홍명보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문체부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했는데요.
이어 "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거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죠.
일각에서는 부정적 감사 결과에도 홍명보호가 이대로 연승 행진을 이어간다면 결국 분위기도 더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주장 손흥민의 부재로 '임시 주장'을 맡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이날 경기 후 홍 감독의 불공정 선임 논란에 대해 "솔직히 내부에서 혹은 외부에서 시끄럽든 결국 분위기는 선수들이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선수가 훈련할 때나 생활할 때 그런 거(논란들) 신경 쓰면서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게 많이 노력한다"고 말했죠.
이라크전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은 베테랑 이재성도 홍 감독에 대해 "수비는 조직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공격은 자율성을 많이 주신다"며 "무엇보다 유기적인 전술 아래에서 선수들이 편안하게 뛸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느낀 점을 전했는데요.
이어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 이번이 두 번째 소집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맞춰간다면 더 안정적으로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여전히 축구계 내부에서도 홍명보 감독에 대한 시선은 여전합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앞으로 1경기라도 지면 홍명보 감독은 무조건 바뀔 것이라고 단언했는데요.
박 해설위원은 "정몽규, 홍명보가 한국 축구인가?"라며 "왜 몇몇과 한국 축구를 같게 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작심 비판을 이어갔죠.
여기에 이천수, 김영광 등 현역선수 출신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아직 축구협회, 국가대표와 관련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임은 분명한 상황입니다.
문체부는 이달 말 홍명보 감독 선임 문제 외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파문, 천안축구센터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등에 대한 최종 감사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과연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이 각종 논란을 이겨내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