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알맹이 빠진 공사비 대책… 실효성 찾아 ‘삼만리’

입력 2024-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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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천정부지로 오른 공사비가 전국 건설현장을 강타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29.7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올랐다. 2020년 평균 100대를 유지하던 공사비지수는 지난해 평균 127.9까지 껑충 뛰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인상률이 8.5%에 달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의 정비사업지에서 갈등이 속출했다. 공사비를 더 올려줄 수 없다는 조합과 이 돈으로는 아파트를 못 짓는다는 건설사가 부딪치며 공사가 미뤄지거나 합의가 안 돼 아예 공사장 문을 걸어 잠근 현장도 허다했다.

양측 주장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 도급계약 당시 약속한 금액으로 새집을 지어주는 줄 알았던 조합원으로선 추가로 내야 하는 분담금이 늘어나니 억울할 수 있다. 건설사도 할 말이 많다. 원자잿값이 폭등해 원가율이 100%에 육박하는 마당에 ‘땅 파서 장사하기’는 어렵다는 것.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2021~2023년 레미콘과 시멘트 가격은 각각 34.7%와 54.6% 올랐다.

공사비 분쟁은 비단 정비사업 현장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철도 등 SOC(사회기반시설) 건설도 발목을 잡고 있다. GS건설은 6월 사업성 저하를 내세우며 서울 강남구와 위례신도시를 잇는 위례신사선의 사업자 지위를 포기했다. 서울시는 추정 사업비를 775억 원 늘려 새 사업자를 찾고 있지만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동안 공사비 인상 문제에 지지부진하게 대응하던 정부는 이달 초 야심 차게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민간이 중국 등에서 시멘트를 수입하는 경우 애로사항 해소를 지원하고 건설분야 인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 숙련기능인 채용 시 우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직면한 문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산 시멘트 활용 시 주택 품질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조직하더라도 자재 수급 조절이나 선 가격책정 등이 발생하면 독과점이나 담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물가에 따라 상승했다 하락하는 자재 가격을 정부가 나서 임의로 조정하기는 어렵다. 인구 감소와 3D 직종 기피로 줄어든 현장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오르는 공사비의 바지춤을 끌어내리려는 방안보다는 이로 인해 벌어진 문제를 현명히 봉합하는 묘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시행된 지 4년이 다 돼가지만 효과가 미미한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제도나 올 초 도입한 표준공사비 계약서 등의 제도를 처음부터 톺아볼 필요가 있다. 검증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모두 권고사항이라 효력이 크지 않다.

원자재 수급 상황과 가격 인상 요인 등 공사비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면밀히 분석한 뒤 이를 초석으로 새로운 대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길고 어려운 여정일 테지만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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