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교육부 입법예고 철회 촉구…주요변화평가 예정대로 단행

입력 2024-10-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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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의평원 무력화하고 의대생 학습권·국민 건강권 위협”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열린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열린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교육부를 향해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법을 개정해 의대 증원을 강행하고, 의대 교육에 대한 인증·평가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덕선 의평원장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암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가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그 어떤 조치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대 등의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등에 대비하기 위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안 원장은 “교육부의 개정안은 평가기관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이해관계자의 이익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평가인증 자체를 훼손하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라며 “의학교육의 가치와 의사 양성의 중요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입법예고를 겨냥해 “대규모 증원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한 의평원의 주요변화 평가에 대해, 처해있는 입장과 위치에 따라 유불리를 사전에 예단하고 유리한 쪽으로 평가 결과를 유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룩한 건강성에 반하는 잘못된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

▲양은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수석부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열린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양은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수석부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열린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양은배 의평원 수석부원장은 구체적인 개정 조항들의 문제점을 짚었다.

개정안 2조 3항은 인정기관이 공백 상태가 되면, 대학들에 특례를 부여해 과거에 받은 인증을 유효하게 유지해준다고 규정했다. 2조 4항은 대학의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저하되는 경우, 1년의 보완기간을 주고 이 기간 과거 인증을 유효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했다.

양 수석부원장은 “평가기구 지정과 취소 권한은 교육부에 있어서 인정기관 공백은 정부에 의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인정기관의 부재를 가정할 것이 아니라, 이런 우려를 초래한 2000명 증원 정책을 취소 또는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여건이 미흡한 의과대학에 대해 불인증 판정을 유보하고, 무조건 보완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해당 대학의 교육을 정상화할 기간을 지연시켜 학생의 학습권과 국민의 건강권에 위해를 끼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평원 활동에 대한 사전심의 및 사전예고 원칙을 정한 조항 역시 문제로 꼽았다. 6조는 인정기관이 평가, 인증 기준, 방법 및 절차를 변경할 때는 그 사실을 교육부 장관에게 미리 알리도록 규정했다. 또한 변경 사항을 최소 1년 전에 확정해 평가·인증 대상 학교에 알리도록 했다.

양 수석부원장은 “평가인증 기준을 변경해야 하는 사정이 발생했지만 1년 전에 사전예고를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최장 1년간은 평가인증을 유예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는 의학교육의 부실을 한시적으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의평원은 교육부의 법 개정과 별개로 의과대학 주요변화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평가 대상은 정원이 10% 이상 증가한 전국 의대 30곳이며, 이들 의대는 11월 30일까지 의평원에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의평원은 2025년 1월까지 서면 및 방문평가를 실시하고, 2월에 판정결과를 고지하며 앞으로 6년간 매년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안 원장은 “평가 대상 대학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 공표한 대로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평가 결과는 의평원 내 판정위원회에서 인증, 불인증, 불인증 유예를 하도록 내부 규정을 두고 있으며, 과거 서남대 의대도 조건부 유예를 내려 1년 뒤 재평가를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재진 의평원 의사전문역량인증단장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든 그렇지 않든 내년에는 의대 교육 파행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의과대학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국가의 보건의료인력 양성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원장은 교육부가 개정안 입법예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평가기관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평가 결과가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평가 결과가 갈등과 분열의 단초가 되면 평가는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라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중립성, 독립성, 자율성이 필연적으로 확보돼야 하며, 교육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개정안이 뒤늦게나마 철회되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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