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도 너무 낮다” 서울은 지금 ‘초고층 재건축’ 전쟁 중

입력 2024-10-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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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수와 목동,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 지역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으로의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수와 목동,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 지역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으로의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수와 목동,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 지역에서 50~70층 이상의 ‘마천루’ 재건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주거지의 랜드마크화를 통해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늘어나는 공사비와 공사 기간은 복병으로 꼽힌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천구는 다음 달 5일까지 목동8단지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안의 공람을 받는다. 198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시 최고 49층 이하, 1881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 정비계획안이 공개된 네 번째 단지다.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와 올 5월 정비구역지정 공람을 진행한 4단지, 18일 정비계획안 주민설명회를 앞둔 13단지도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추진하고 있다. 5000가구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는 14단지는 최고 60층으로의 재정비를 예고했다.

목동 1~3단지도 초고층 재건축과 한 발짝 가까워졌다. 지난달 서울시가 해당 용도지역을 기존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으로 올리는 대신 공공기여로 공원을 조성하기로 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키면서다. 2종은 15층까지의 아파트만 지을 수 있지만 3종은 층수 제한이 없다.

서울의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또한 초고층 아파트타운으로 변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성동구는 총 4개 지구 중 마지막으로 성수3지구 재개발구역 지구단위계획과 정비계획 변경안을 공람 공고했다. 조합원들은 최근 조합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50층 이상 초고층 건립을 의결했다.

4지구는 한강 조망권을 살린 77층 초고층 설계를 확정한 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대로 착공되면 성수동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로 자리매김한다. 기존 아크로서울포레스트(48층)보다 29층 더 높다.

정비계획 변경을 진행하고 있는 2지구는 올해 말 변경안 통과에 따라 정확한 층수를 확정할 전망이다. 3월 열린 총회에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771명의 참석자 가운데 준초고층(50층 미만)은 375표, 초고층(50층 이상 70층 이하)은 369표를 각각 획득하는 접전이 벌어졌다. 이후 진행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는 70층 이상 초고층을 원하는 주민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일대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활용하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을 허용하며 용적률이 최대 800%까지 늘어난 것이 계기가 됐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처음 시공사를 선정한 한양아파트는 최고 53층, 956가구로 재건축을 진행한다. 신통기획 1호 재건축 단지로 지정된 시범아파트는 최고 65층으로 지어질 예정이지만, 현재 데이케어센터(노인돌봄시설) 기부채납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어 층수 변동 가능성도 언급된다.

8월 대교아파트는 최고 49층, 총 912가구를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이 확정됐으며 진주아파트는 지난해부터 58층으로의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중심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수정 가결함에 따라 공작·수정·진주·서울 등의 단지는 향후 추가적인 용적률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를 초고층으로 다시 짓게 되면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 사업성 확보가 쉽다. 특히 한강 변에 위치한 단지라면 조망권을 바탕으로 재건축 이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공급물량을 높이기 위한 각종 규제 완화가 겹치며 초고층 재건축은 최근 정비사업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다만 높이 지을수록 공사비도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초고층 건축은 강풍이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고가의 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기술적 요구사항도 많아 공사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50층 이상이나 높이 200m 이상의 건축물을 짓는 경우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용 승강기, 소화설비 등 받아야 할 인허가 절차도 길어진다. 이로 인해 공사 기간이 연장되면 금융 비용 또한 불어나는데, 이는 결국 조합원 분담금으로 돌아온다.

올 초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49층으로의 설계 변경을 추진하다 조합원 반대에 부딪혀 기존 정비계획대로 짓는 방향을 선택했다. 공사비가 2200억 원으로 추가되는 데다 준공도 7개월 이상 밀릴 것이란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초고층으로의 재건축 선택에 앞서 조합원 사이 깊이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할 때 안전 심의가 강화되는 것 자체가 설계 비용이 추가된다는 의미”라며 “높이 올라갈수록 건폐율이 낮아지니 남는 땅에 지을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 등이 줄어든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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