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자의적으로 정한 사유로 고객의 입출금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사라진다.
또 은행·저축은행이 급부(채무자의 행위)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 및 상호저축은행에서 사용하는 총 1748개의 약관을 심사해 고객 권익을 침해하는 79개 조항(14개 유형)을 금융위원회에 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은행법 등에 따라 금융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정위가 요청한 시정 사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불공정 약관을 보면 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해 고객에게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가령 A은행은 전자금융서비스 특약에 '기타 은행에서 정한 사유로 입출금이 제한되는 경우'를 명시해 서비스 이용을 제한토록 했다.
기타 은행에서 정한 사유는 계약 당시 고객이 예측할 수 없는 추상적·포괄적인 사유로 은행이 임의로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는 불공정 약관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고객의 부작위(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음)에 대해 의사표시가 표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문제됐다.
B은행의 경우 가입고객이 적용 예정일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에는 변경된 약관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조항을 사용했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은 약관에 개별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 없이 의사표시가 의제되도록 정하고 있어 고객이 모르는 사이에 원치 않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불특정 다수 회원에 대한 통지의 경우 웹사이트 등에 게시함으로써 개별통지에 갈음할 수 있다는 조항과 사전통지 없이 장기 송금전용계좌 미사용을 이유로 송금거래를 자동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시정 대상이다.
공정위는 은행·저축은행이 급부(채무자의 행위)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게 한 조항도 불공정하다고 봤다. 급부는 계약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결정하거나 변경하면 안된다는 게 시정이유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 요청으로 은행·저축은행의 책임은 강화되고 은행·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 및 중소기업 등 금융거래 고객들이 불공정 약관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가 예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심사 진행 중인 여신전문금융 및 금융투자 분야에서의 불공정 약관도 연내 신속하게 시정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