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미약품이야. 이제 지겹다. 언제 끝날까?” 제약바이오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 푸념이다. 한미약품 관련 이슈에 피곤을 느낀 지 오래다.
올해 초 OCI그룹과의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올 한 해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고, 현재 진행형이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대주주 3자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간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없다.
3월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리하며 OCI와의 통합은 무산됐다. 4월 4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체제를 확정하며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5월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송영숙 대표를 해임하고, 임종훈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돼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에도 경영권을 쥐기 위한 양측의 힘겨루기가 이어졌고, 다음 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시 표 대결이 예상된다. 현재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5대 4로 우위이나, 3자 연합이 지분 48.13%를 보유한 만큼 이사회 장악을 둘러싼 다툼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 화합과 공동경영을 강조하는 입장이 수차례 나왔으나 양측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신약개발 성과를 내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물줄기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최초 개량·복합신약 개발로 ‘한국형 신약개발 모델’을 제시했고,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최초·최대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어 ‘신약개발 명가’로 거듭났다.
“R&D는 내 생명과도 같다”는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말처럼 발전을 거듭했지만. 현재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의 아이콘이 됐다. 임성기 회장 별세 후 기술이전은 한 건도 없었고, R&D 성과도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R&D 투자가 지속되고 있단 점이다.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전년보다 8.4% 증가한 989억 원을 R&D에 썼다. 투자자도, 주주도 오너가 경영권 싸움에 피곤함을 느낀다. 하루빨리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회사의 미래와 성장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