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글로벌 공급망...‘분절화’ 심화에 다각화 절실 [기후가 삼킨 글로벌 공급망]

입력 2024-10-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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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0-2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②-1. 악순환에 빠진 기후와 물류

팬데믹ㆍ지정학적 갈등ㆍ기후위기에 공급망 요동
세계경제 3년간 약 5조 달러 피해
'효율'서 '탄력'ㆍ'지속가능성'으로 '축의 전환'

수십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지탱해온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을 댕겼고, 연이어 터진 지정학적 갈등과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기후위기가 기름을 부었다. 해상 물류에 비상이 걸리면서 치솟기 시작한 비용은 세계 경제를 질식시켰다.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에 놀란 세계는 역내 공급망 강화로 대응에 나섰다. ‘효율’ 중심에서 ‘탄력’, ‘안전’,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둔 공급망으로 ‘축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재편된 공급망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 생산 역량 강화와 함께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년간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는 널뛰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꿈틀거리기 시작한 지수는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모래폭풍 여파로 수에즈 운하에 좌초되면서 2021년 말 4.39까지 치솟았다. 통계가 작성된 1996년 이래 예외 없이 -1과 +1 사이에서 움직이던 GSCPI가 4를 넘어선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400년 만에 한번 일어날 정도로 극단적인 수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해당 지수는 병목현상·운송비용 등을 반영해 전 세계 공급망이 받고 있는 압력을 보여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곡물과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GSCPI는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정상화 추세에 돌입했지만, 잇단 항구 및 항로 운영 차질은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남아있다.

직접 타격도 컸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세계 경제가 입은 피해 규모는 지난 3년간 약 5조 달러(약 6679조 원)에 달했다.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원자재, 에너지, 상품 가격이 뛰면서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었다. 2022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를 돌파하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은 10.6%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세계 경제도 줄줄이 추락했다. 당시 세계 국내총생산(GDP)는 2022년 3.4%에서 2023년 2.8%로 주저앉았고, 선진국은 1.3%까지 곤두박질쳤다.

잦아진 기상이변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3주에 한 번 꼴로 발생하는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 피해 규모만 10억 달러로 추산된다.

지정학적 갈등까지 심화하면서 공급망에 ‘안보’ 개념이 추가됐고, ‘효율성’보다는 ‘탄력성’, ‘안정성’, ‘지속가능성’이 중요 가치로 떠올랐다. 공급망도 이를 반영해 재편되기 시작하면서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 본국 복귀), ‘프렌드쇼어링’(동맹·우방국끼리 공급망 구축), ‘니어쇼어링’(인접국가로 생산기지 이전)이 강세를 보였다. 교역 분절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 선박 한 척이 파나마운하 경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사진 제공=파나마운하청)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 선박 한 척이 파나마운하 경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사진 제공=파나마운하청)

주요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쏟아냈다. 미국은 2022년 10월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전략적 투자 필요성을 천명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등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와 함께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에 잇따라 서명하며 미국 중심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역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목표로 전기자동차·배터리·반도체 등 주요 전략산업에서 공급망 역내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유럽경제안보전략’을 발표했고 ‘기후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반도체법’ 등으로 구체화시켰다. 기후중립산업법은 2030년까지 전략 분야의 EU 역내 생산을 4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핵심원자재법도 핵심 및 전략 원자재 공급의 EU 역내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반도체법 역시 약 430억 유로를 투자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EU의 점유율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도 생산과 소비를 모두 키우는 ‘쌍순환’ 전략으로 공급망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공급망 분절화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로 한국의 실질 GDP는 약 1.41~1.81% 감소해 주요 선진국 중 부정적 파급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자체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며 “현지 시장에서의 생산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중간재 조달선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일부 품목은 국산화 노력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사우스’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일반적으로 북반구 저위도·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의 신흥개발도상국을 의미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첨단산업 및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이들과의 협력 강화로 특정국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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