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여성, 남편 살해에도 정상 참작된 이유는

입력 2024-10-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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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폭력ㆍ학대 벗어나기 위해 살인 저질러
범죄 발생 비율서 남녀 격차 확연하게 차이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생한 범죄 가해자 성별 비율. 빨간색이 남성. 파란색이 여성. 출처 더디플로맷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생한 범죄 가해자 성별 비율. 빨간색이 남성. 파란색이 여성. 출처 더디플로맷

한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최근 남편을 살해했지만 정상 참작을 인정받았다. 해당 사건의 목격자인 시아버지가 법정에서 그녀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는 “7년 동안 아들은 며느리가 평화롭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며 “아들이 며느리를 너무 심하게 때려서 내가 말리면 나도 폭행했다"며 가정 폭력을 당해 온 여성의 범죄를 두둔했다.

법원은 여성에게 과실치사죄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에 감금하는 형을 선고했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은 이 여성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법원이 정상참작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여성들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복잡한 사회 구조를 짚었다.

우즈베키스탄 여성의 살인 빈도는 남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전국 지방 법원에서 1심 사건으로 검토된 살인 사건은 약 300건에 달했지만, 여성은 전체 사건의 7%에 불과했다. 여성 피고인은 총 21명이다.

우즈베키스탄은 3700만 명 인구 중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비슷한 나라다. 인구 통계적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살인뿐 아니라 사회 전반 범죄에서도 여성 범죄자는 1만891명에 불과하지만, 남성은 7만8022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 여성은 어떤 경우인가.

가정폭력ㆍ학대 시달리는 경우 많아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이 물질적 이득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오랜 기간 시달려온 학대, 위협, 폭력으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더디플로맷은 강조했다.

매년 약 4만 명의 우즈벡 여성이 정부에 보호 명령을 신청한다. 하지만 이 수치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문화적 낙인, 가스라이팅, 보호 시스템에 대한 불신, 가부장적 사회 특성 등을 고려한다면 수십만 명의 여성이 고립된 채 학대를 견디며 침묵을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더디플로맷은 설명했다.

신고한 여성의 대부분은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가정에서 학대를 당한다. 2021~2022년에만 7만2000명 이상의 여성이 학대 및 괴롭힘으로 법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중 85%에 해당하는 약 6만1000건의 사건이 가정에서 발생했으며, 남편과 그 식구들이 주된 가해자였다.

우즈베키스탄의 ‘가족과 여성’ 연구소가 실시한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6.3%가 시어머니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학대나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매년 평균 600명의 여성이 자살로 사망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에는 그 수가 900명으로 급증했다. 대부분 남편이나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됐다.

살해 방식에 있어서도 여성과 남성 차이 보여

여성 범죄를 연구하는 루이자 아타바예바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63%가 남편, 아버지(시아버지), 형제 등 남성 가족 구성원에 의해 살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흉기로 살해된 여성은 40%에 불과했다. 이들은 대부분 목 졸림, 구타, 방화 및 기타 형태의 폭력으로 사망했다. 반면 여성들 대부분은 흉기를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디플로맷은 이러한 차이는 우즈베키스탄에선 남성이 여성의 통제권과 지배권을 갖고 있으므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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