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빨라진 건설업계 임원 인사…구조조정 ’칼바람’ 불까

입력 2024-10-22 16:15 수정 2024-10-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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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로 업계 전체가 영업이익 감소를 직면하며 조직개편과 함께 인적 쇄신에 나선 대형 건설사가 늘었다.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진행하던 인사가 당겨진 것 또한 재무 건전성을 둘러싼 위기를 최대한 빠르게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이달 초 인사를 통해 총 6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9명을 선임했던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였다.

올 초 시행된 구조조정에서 사업본부 임원 10명이 물러났다. 그 중에는 불황 장기화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며 사임을 선택한 마창민 전 대표이사 사장도 포함됐다. 이후 새 대표로 취임한 서영재 전 사장도 두 달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7월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DL이앤씨의 상반기 매출(연결기준)은 전년 동기(3조8206억 원) 대비 3.6% 늘어난 3조9608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93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620억 원)와 비교해 42.3% 감소했다. 6월 말 기준 DL이앤씨의 전체 임원 수는 48명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달 17일 기존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신규 임원 2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총 임원 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20% 이상 감축됐다. 이미 올 5월 사령탑이 교체된 바 있다.

지난해 말 연임을 확정했던 박경일 전 대표이사 사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에 사직했다. 현재는 SK 부회장을 역임했던 장동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 SK E&S 재무부문장인 김형근 대표이사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꼽힌 인물인 만큼 재무 건전성 회복과 기업공개(IPO)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SK에코플랜트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4조26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7% 줄어든 1264억 원에 머물렀다.

6월 장기근속·고연차직원을 우선으로 한 희망퇴직을 시행한 대우건설은 내년 2월 백정완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22년 사장 자리에 오른 백 사장의 재임 여부는 올해 실적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우건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944억 원) 대비 반토막 난 2196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매출(5조3088억 원) 또한 1년 전 같은 기간(5조8795억 원)보다 9.7% 줄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더딘 실적 흐름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익선 개선 요소로 기대를 모은 해외수주의 경우 수주 후 착공까지 장기간 소요된다는 점에서 신규분양의 중요성도 강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이달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행하던 정기 인사를 두 달가량 당긴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이달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행하던 정기 인사를 두 달가량 당긴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이앤씨는 인적 구조조정 대신 급여 삭감을 선택했다. 6월 상무급 이상 임원 전체 급여를 최대 15% 반납하고 회의비도 30% 줄이기로 했다. 직원들도 임금 조정을 진행하지 않고 회사에 위임하는 한편 연차는 100%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실적 부진으로 인한 인원 감축을 최대한 막기 위한 결정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112억 원으로 전년(781억) 대비 29.8%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적 쇄신이 내년도 정기인사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비교적 보수가 높은 임원부터 정리해 인건비와 판매관리비를 줄이려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불가피한 인사’라는 인식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종사자는 “올 초 과감한 인사를 단행한 회사들은 추가적인 구조조정보다는 계약 해지 임원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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