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 발굴하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
“저희 회사에 투자해주시면, 4년 안에 자금을 회수하실 수 있습니다.”
17일 오후 수원컨벤션센터 3층. 조용하고 엄숙한 가운데 치열하고 날카로운 ‘투자전투’가 한창이었다. 수원의 기업들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품화 가능성과 시장 확대의 구상을 펼쳐 보이는 기업홍보 현장, ‘수원기업 IR데이 수원.판(PANN)’이다.
먼저 참가 기업 대표에게 7분의 발표 시간이 주어졌다. 전문용어와 그래프, 수식, 도표 등이 복잡하게 얽힌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등 뒤에 두고 선 발표자는 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느라 열변을 토했다. 기업의 강점, 보유한 특허 내역, 상품화를 위한 구체적 전략, 글로벌 시장 공략 구상 방안까지 공격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청중 가운데 투자사를 대표해 참석한 7명의 심사자들이 냉철한 모습으로 경청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3회판에서는 8개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심사 결과, 골관절염 치료제와 의료기기를 만드는 바이오 기업 ㈜아반트릭스가 대상을 받았다. 투자사와 유망 기업들은 개별 상담을 통해 진짜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 돌입했다. 한쪽에서는 참여 기업 간 네트워킹도 이뤄졌다.
‘수원기업 IR데이 수원.판(PANN)’은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수원시가 마련한 투자유치 설명회다. 투자사와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에 수원지역의 유망기업을 알리고, 기업성장의 발판이 될 투자의 물꼬를 트기 위해 수원시가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이다. 지난 5월 초 1기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3회가 진행돼 22개 기업이 투자자들 앞에 설 기회를 얻었다.
참여 기업들은 모두 수원에 본사 또는 연구소를 두고 있는 기업이다. 4차산업,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창업 초기, 재도약 기업 등이 포함된다. 각 기수별로 50여 곳 이상의 기업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높아 엄격한 서류심사를 거쳐 발표 자격이 주어졌다.
수원시의 투자지원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수원기업 IR데이 수원.판(PANN)을 통해 실제 투자계약이 완료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1기에 참여한 무인항공기 개발기업 A사가 투자사와 면밀한 상담 기회를 가진 끝에 지난달 투자계약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1~2기 참여업체 4개사도 투자 검토를 받고 있어 향후 투자유치 성공 소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수원에서 업력을 쌓고 있는 유망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약대가 필요하다. 수원시는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활발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수원기업새빛펀드’를 만들어 도약대로 활용한다.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된 수원 기업새빛펀드는 올해부터 운용을 시작하며 수원기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수원기업새빛펀드는 목표액의 3배가 넘는 3149억 원을 결성해 5개 세부펀드 모두 순조롭게 출발했다. 펀드별로는 1호 창업초기 581억 원, 2호 소재부품장비 740억 원, 3호 바이오 408억원, 4호 4차 산업혁명 1000억 원, 5호 재도약 420억 원 등 이 각 분야의 유망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 5개 운용사는 10월10일 기준 812억 원을 투자해 소진율 25.7%를 기록 중이다. 전국적으로 총 62개 기업이 수원기업새빛펀드의 투자를 통해 미래를 개척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특히 수원기업새빛펀드는 수원지역의 기업 투자에 특화돼 있다. 수원시가 투자한 100억원의 2배가 넘는 265억원 이상을 수원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약정해 수원 기업에 단비를 내릴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지난 10월10일까지 수원에서 영업하거나 2년 내 수원에 둥지를 틀 계획인 5개 기업에 81억5000만원의 의무 투자가 이뤄졌다.
수원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코아칩스다. 수원시 기업 중 첫 번째 투자를 받은 곳이다. 무전원 센서와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디지털전환 통합솔루션 기업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2호 새빛펀드가 투자를 결정했다. 시장 내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과 국내외 시장 확대 및 상장 가능성까지 인정받아 3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코아칩스는 수주한 물량을 양산하는 데 투자금을 활용할 수 있었다.
수원시는 기업 투자가 끊임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2차 펀드 조성을 구상 중이다. 기존 운영 중인 수원기업새빛펀드가 오는 2026년까지 투자를 완료하고, 2031년까지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으로 운영되는데, 그 이후에도 투자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다는 의지다. 2차 펀드는 수원지역 기업이 출자에 참여하는 방안 등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더할 예정이다.
수원시는 IR데이와 새빛펀드 외에 수원 기업들의 투자 생태계를 튼튼하게 하는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기업 간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조성함으로써 수원 기업의 투자의 기회를 열고, 실제 투자가 연결되도록 지원하고자 노력한다. 활발한 투자 생태계의 바탕을 만드는 것이 그 목표다.
수원의 옛 지명 ‘매홀’을 따 명명된 ‘매홀벤처포럼’은 네트워크의 중심이다. 수원지역 기업과 대학, 투자자, 유관기관이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함께 정기적으로 교류하고자 지난 6월 창립됐다. 지역경제 발전에 주축이 될 민·관·학 관계자 150여명이 수원의 혁신을 견인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 격월로 만나 머리를 맞댄다. 산업트렌드 강연과 창업기업 소개, 기업의 홍보와 창업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 산업계 최신 경향과 정보를 공유한다.
또 수원시는 수원기업새빛펀드의 산파 역할을 했던 펀드운영위원회를 투자지원협의체로 재구성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전문가와 금융사, 기업인, 대학 및 분야별 전문가, 창업지원기관 등 30곳이 참여해 수원시 투자정책에 대한 자문과 전문적인 투자 네트워킹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수원 기업을 위한 해외 투자네트워킹 지원도 가능할 전망이다. 세계시장에 진출하고픈 수원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멘토링을 지원하고, 글로벌 IR데이를 운영해 해외 투자유치를 지원한다. IR데이 수원.판(PANN)으로 발굴된 기업이 글로벌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낼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시의 기업 투자지원 생태계에서 더 많은 기업이 투자의 기회를 마련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며 “수원의 기업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