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내수 침체 여파로 기업들의 11월 경기 전망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과 비교하면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4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1월 BSI 전망치가 91.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부터 기준선 100을 32개월 연속 밑돌고 있으며, 전월(96.2) 대비 4.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0월(6.3p 하락) 이후 13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제조업(91.1)과 비제조업(92.5) 모두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은 3월(100.5) 기준선을 넘긴 뒤 4월부터 8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 비제조업은 7월(105.5) 이후 4개월 연속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중에서는 반도체와 관련 부품이 포함된 △일반ㆍ정밀기계 및 장비(105.0)가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10개 업종 중 유일하게 호조 전망을 보였다. △섬유ㆍ의복 및 가죽ㆍ신발 △의약품 △전자 및 통신장비는 기준선(100)에 걸쳤다.
△목재ㆍ가구 및 종이(77.8) △석유정제 및 화학(80.0) △식음료 및 담배(82.4)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85.2) △비금속 소재 및 제품(93.8) △자동차 및 기타운송 장비(94.3) 등은 업황 악화가 전망됐다.
한경협은 자동차, 석유화학, 식음료 등 상당수 업종은 중동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내수 위축 등의 여파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제조업은 계절적 수요 수혜가 기대되는 △전기ㆍ가스ㆍ수도(105.0)가 유일하게 긍정적 전망을 나타냈다. △전문, 과학ㆍ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는 기준선(100)에 걸쳤다. 반면 내수 침체로 △여가ㆍ숙박 및 외식(71.4) △정보통신(87.5) △운수 및 창고(88.5) △건설(93.0) △도ㆍ소매(94.4) 등은 업황 부진이 예상됐다.
조사 부문별로는 △수출 98.4 △고용 95.8 △자금사정 95.5 △채산성 94.2 △내수 93.9 △투자 90.7 △재고 106.1(100을 넘기면 재고 과잉을 의미)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 전망이 나타났다.
10월 BSI 실적치는 95.5로, 2022년 2월(91.5)부터 33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며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조정에도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 발의 등으로 경영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외부 리스크에 역량을 낭비하지 않도록 지배구조 규제(상법개정안 등) 입법을 지양하고 적극적인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