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 "금리 0.25%p씩 2~3번 더 내려야"[이슈&인물]

입력 2024-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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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내수 미약…금리 인하 당연, 아직도 높아"
"금리 인하, 금통위 열릴 때마다…11월에도 가능"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세종시 KDI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세종시 KDI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기준금리 3.25%도 여전히 긴축적이라 내수,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0.25%포인트(p) 수준으로 2~3번 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내리면 된다. 11월에도 가능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21일 세종시 KDI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통화 긴축 기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도 고금리이기 때문에 자영업자 등이 많이 어렵다"며 "연체율도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고금리로 계속 고통받아야 할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금리를 내리면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금통위는 11일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낮추면서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를 마감했다. 이번 통화정책 전환은 소매판매액지수와 건설기성 등 주요 내수 지표가 부진하고 가계대출 규모도 커진 상황에서 고금리 부담을 줄여야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이미 물가는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내수 경기는 미약한 상황이라 금리 인하는 자연스러운 대응"이라며 "물가나 내수를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지만, 그럼에도 금융 안정 측면을 우려해서 늦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내수 회복 조짐' 진단을 6개월째 이어간 것에 대해서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며 "우리가 보기에는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이것이 소비나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 특히 건설투자는 부진이 심화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효과 체감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수 진작, 대출이자 부담 경감 등을 위해 금리를 2%대 중반까지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정 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2~3번 정도는 더 내릴 수 있다"며 "내년까지 미룰 필요는 없고 소폭으로, 점진적으로 계속 인하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금리를 미국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금 유출 우려 때문인데,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에서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우리는 이미 상당한 순대외자산국"이라면서 "지난 2년 정도 경험한 것처럼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실제 자본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0조 원대로 예정돼 있고 세수 부족을 감안하면 100조 원대에 육박할 수 있어 확장재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통화는 긴축, 재정은 확장이면 상당한 불균형이 될 수 있기에 통화 기조를 점차 완화하면서 재정은 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 조현호 기자 hyunho@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 조현호 기자 hyunho@

다음은 정 실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한 평가는.

"물가는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내수 경기는 미약한 상황이라 금리 인하는 자연스러운 대응이다."

-정부는 계속 '내수 회복 조짐'을 말하고 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이것이 소비나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 특히 건설투자는 부진이 심화하는 국면이기 때문에 여전히 내수가 미약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향후 수출 개선이 내수에 파급될 수 있고 금리도 점차 낮아지면 내수 회복에 긍정적인 여건이 갖춰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KDI는 5월에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경제 파급까지 2~3분기, 6개월 정도 걸리는 금리 인하를 늦게 한 만큼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차도 길어져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인하 효과는 내년 중순 정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하면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물가나 내수를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안정 측면을 우려해서 늦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견해는.

"현재 기준금리 3.25%도 여전히 긴축적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통화 긴축 기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도 고금리이기 때문에 자영업자 등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체율도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이분들이 고금리로 계속 고통받아야 할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금리를 내린다면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향 범위와 시점은.

"2~3번 정도 더 내릴 수 있다. 굳이 내년까지 미룰 필요는 없고 소폭으로, 점진적으로 계속 인하할 수 있다.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0.25%p씩 내릴 수 있다. 11월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금리는 경제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지금으로 보면 2% 중반이다. 금리 인하가 늦을수록 내수 회복도 지연되기 때문에 국민의 고통 시간도 늘어난다. 한꺼번에 다 낮추기는 어렵다. 0.25%p 수준으로 2~3번,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내리면 된다."

-한국 금리를 미국과 연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자금 유출 우려 때문인데 지금 상황은 맞지 않는다.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에서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우리는 상당한 순대외자산국이다. 지난 2년 정도 경험한 것처럼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실제 자본 유출은 없었다. 미국 금리 자체가 한국 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조정하면 한국 시장금리가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면에는 미국 금리가 한국의 통화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장 참여자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9월 물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1%대에 진입하는 등 둔화 흐름인데.

"2022년 중반부터 고물가가 지속됐는데 고금리 정책으로 물가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고금리다. 내수가 둔화하면서 물가가 안정되는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지금처럼 고금리가 지속되면 물가 목표인 2%를 하회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9월에 그런 모습이 보였다. 물가가 목표 수준에 안정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인하하는 게 필요하고, 그것이 한은의 중요한 책무다. 지금 금리도 여전히 긴축 기조이기 때문에 내수,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과거에 비해 제한적이고, 고령층이 일자리 수 증가세를 견인하는 추세다.

"청년 고용이 잘 안 되는 것은 내수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측면으로는 한국 노동시장이 그다지 유연하지 않기에 청년에게 첫 일자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취업이 늦어지는 것이다. 반면 고령층은 인구가 많아지면서 취업자가 증가했고 정부의 관련 일자리 사업도 계속 확대됐기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는 게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활력, 노동시장 유연성이 담보돼야 청년이 활발히 취업할 여건이 생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부는 올해도 확장재정으로 일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0조 원대로 예정돼 있고 세수 부족을 감안하면 100조 원대에 육박할 수 있으니 확장재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통화는 긴축, 재정은 확장이면 상당한 불균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두 정책 모두 중립적인 수준으로 갔으면 한다. 긴축적인 통화 기조를 점차 완화하면서 중립 수준으로 가고 재정 적자를 조금 더 줄이는 방향으로 편성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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