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통상질서의 시대…체계적 리스크 관리 절실“ [기후가 삼킨 글로벌 공급망]

입력 2024-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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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1. [인터뷰]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하이브리드형 통상질서의 시대’가 도래했다. 전통적 자유무역 기조하에 노동, 기후변화, 디지털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존 통상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공급망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형 통상질서는 말 그대로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국제통상환경은 시장접근, 관세양허 등 실물 경제 기반에서 무역자유화 저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축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급망 리스크와 인권·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무역 제재들이 출현하고 있다.

조 원장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는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 중 가장 강력한 노동권 보호 조항이 담기고 유럽연합(EU)은 2022년 무역협정 내 노동조항 위반 상대국에 무역제재를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에 더해 EU를 비롯한 주요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무역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산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대중국 견제 기조는 동일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집권 시 동맹국과의 협력보다는 양자 간 협상 위주로 전개될 수 있어 불확실성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조 원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하이브리드형 통상질서’로의 개편 속도가 빨라지거나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노동·인권 강화를 강조하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개편이 빨라질 것이고,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강력한 관세조치로 우선순위는 다소 밀릴 수 있으나 중국 강제노동 대응 등 기존에 도입된 일부 규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선 결과를 떠나 국제 분업구조의 재편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우리나라에 리스크인 동시에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의 역할을 대체·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청정경쟁법(CCA)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의 시행을 앞두고 글로벌 환경규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공급망 전반에 대한 실사와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친환경 제품 개발에 공을 들임으로써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조 원장은 “예를 들어 스웨덴 가구 기업인 이케아(IKEA)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목재 조달 문제나 관세 인상의 변동성 등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한 공급자와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시장 인접 지역으로부터의 로컬소싱 비중 확대 등으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국내기업 63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은 공급처 다각화(57.8%), 재고확보(41.9%) 등의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33개 품목 중 중국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은 16개에 달했다. 중국이 주요 수입 3개국에 포함된 핵심광물은 전체의 75.7%에 해당했다.

이어 조 원장은 “반도체·이차전지 등 우리나라 미래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부품 공급망의 자립화 및 다변화 지원이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다자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가공기술 및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원료 보유국과의 기술·투자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콩고,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미얀마 등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1차 정·제련에 필요한 가공기술과 인프라 시설이 부족하다”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 주요 광산에 대한 적극적인 현지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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