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發 칼바람 韓상륙…ICT 경기 불확실성에 사상 최대 구조조정

입력 2024-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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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ㆍ카카오 등 AI 등 사업 속도
비주력사업 정리ㆍ인력재배치 추진
체질개선 통한 효율성 제고도 나서

미국 빅테크발 감원 칼바람이 한국까지 번지고 있다. 그동안 고용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아온 기업들까지도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자, 불가피하게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24일 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 분야를 정리하거나 인력 재배치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용 효율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주주들의 수익성 제고 압박에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조직개편 및 인력 재배치를 추진해 비용 효율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한 KT는 본사 인력의 57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인적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통신 네트워크 운용·관리 등을 맡는 자회사 2곳을 신설해 본사 인력의 3800명을 이동시키고 나머지 인원은 직무를 전환해 잔류하거나 특별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다.

KT가 본사 인력의 30%에 달하는 인력 재배치에 나선 이유는 AICT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KT는 AX(AI 전환) 전문기업을 설립하고 5년간 AI·클라우드 시장에 2조4000억 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조 단위 투자에 나서는 만큼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거나 인력 감원 등을 통해 과감한 비용 절감 작업이 불가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이 같은 행보는 빅테크 기업 구글과 유사하다. 구글은 지난해 경쟁사인 MS를 따라잡기 위해 1만 명 이상을 정리해고하고 AI를 비롯한 핵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AI 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한 SKT는 2019년부터 운영 중인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의 격려금을 기존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리기로 최근 합의했다. SKT 측은 “인력 감축의 희망퇴직과는 취지가 다르게 퇴직하는 직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기업들은 기존의 익숙한 문화를 버리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쇄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상반기 대규모 권고사직을 단행한 엔씨소프트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는 21일 사내 공지를 통해 “개편에는 당장의 아픔이 뒤따르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엔씨가 본연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가진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며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빠르고 유연한 개발 시스템 구축과 경영 혁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엔씨는 권고사직과 분사 등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5023명이던 본사 인력을 4000명대 중반까지 줄였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자 추가적인 군살 빼기에 돌입한 것이다. 물적 분할을 통해 자회사 4곳을 신설하고 700명의 인력이 이곳으로 이동한다. 분사를 통해 엔씨는 4000명대인 본사 인력을 3000명대까지 줄일 계획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의 서비스도 종료한다. 엔씨는 체질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AI 등 성장 동력 사업으로 꼽은 주요 사업을 제외한 부문에 대해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 수는 123개로, 올 초(138개) 대비 15개 줄었다. 카카오는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자회사인 다음글로벌홀딩스도 합병한다.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세나테크놀로지를 매각하고 카카오VX의 주력 사업을 제외한 비주력 사업을 철수할 계획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도 기업도 AI를 게임처인저로 점찍고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면서 비주력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앞으로 더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주력 사업이라도 수입성이 없다면 과감하게 철수하고 신성장 동력에 재원에 투입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통신의 경우 네트워크 사업이 핵심인데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다른 응용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므로 그 부분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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