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불법건축물 양성화... “피해구제 시급” vs “형평성 어긋나”

입력 2024-11-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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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총 7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총 7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건축법' 위반 사실을 모르고 주택을 샀거나 리모델링 업자에게 속아 발코니·베란다 등을 불법 증·개축해 이행강제금을 내는 소유주를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법안 제정을 촉구해야 한다는 발의가 이어지는 국회와는 달리 이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양성화법’)은 총 7개다. 지난 달 17일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구을) 등 10인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19년까지 완공된 특정건축물 중 인근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안전상 문제가 없는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건물 한시적으로 합법적으로 허가·신고, 사용승인·용도변경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 의원은 “생계형이거나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불법건축물의 소유자도 시정 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평생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자발적인 시정이 어려운 서민을 보호하고 비아파트 주택 공급의 활성화로 궁극적으로 주거 안정화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건축물은 허가받은 면적 외에 사전신고나 허가 없이 건축물의 구조를 변경해 증축한 건물을 말한다.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수백만 원부터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있다.

2019년 4월 ‘건축법’ 개정으로 소규모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횟수 제한 규정이 삭제되며 소유주들은 건축물을 원상복귀 하거나 스스로 철거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때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겪으며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 심각한 주택난을 겪었다. 당장 살 집이 필요했던 일부 시민들은 건축법 제도의 미비와 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무분별한 난개발을 시작했다. 불법건축물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당시의 사회 경제적 상황으로 이에 따른 시정조치 또한 곤란했다.

더는 시정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자 이러한 불법건축물을 구제하려는 방법으로 제정된 것이 양성화법이다. 1981년 최초 시행된 이후 여러 차례 일몰과 부활을 거치며 수십만 가구의 불법건축물이 합법화됐다.

불법건축물 소유주와 임대인, 세입자 등은 양성화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현행법이 불법건축물의 실제 건축주가 아닌 현 소유주에만 책임을 묻고 있는 데다 위법하게 지어진 건물인 줄 모르고 매입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선의의 피해자도 다수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국특정건축물총연맹은 “과거 다섯 차례 진행했던 양성화를 정부가 직접 주도해 실행한 만큼 현 소유주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융통성 있는 행정과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며 “양성화법을 통해 불안한 부동산 시장과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더욱 강화된 제도 마련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불법건축물 양성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을 지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양성화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기대심리도 생길 것이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전세사기 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양성화 논의는 더욱 수그러들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불법 건축물을 매수할 수 있게 돼서다. 입주자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소유권 취득 전 발생한 건축법 위반 사항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행정 조치를 하지 않는다. LH 매입 이후 위반사항은 개선을 거친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양성화법을 다시 제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유한 건물에 위반사항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소유주보다 알면서도 임대수익 등을 위해 수선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4년 1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양성화법을 시행한 결과 부산, 인천, 울산, 경기 등 전체 17개 시·도의 절반 이상에서 불법건축물 적발보다 자진 신고 건수가 더 많았다. 부산은 약 2배, 전남은 8배가 차이가 발생했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통상 법 위반인지 모르고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적발되기 전에는 불법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적발 건수보다 신고 건수가 많다는 건 건축주들이 이미 자신의 건축물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불법건축물의 합법적 전환이 아닌 근본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 주택임대차 제도에 불법건축물 등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거주에 적합하지 않은 주택을 임대하는 행위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행강제금을 불법건축물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재원으로 사용하는 한편 주택임대를 위한 법적·물리적 기준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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