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뷰티 트렌드…'탕후루 립'은 끝일까? [솔드아웃]

입력 2024-10-25 16:51 수정 2024-11-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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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탕후루, 푸딩, 물먹, 토끼 혀, 유리알, 과즙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의 조합이라고요?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에겐 익숙할 겁니다. 올해 상반기를 강타한 뷰티 키워드인데요. 베이스부터 아이 섀도까지, 다양한 메이크업 제품 중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히는 립 메이크업 제품들을 소개할 때 줄곧 등장한 단어들이죠.

올 상반기 립 트렌드는 단연 '탕후루 립'이었습니다. 간식 탕후루의 인기는 저물었지만, 뷰티 업계에서 탕후루처럼 반짝이고 매끄러운 입술을 만드는 화장품들은 여전히 인기가 좋은데요. 코덕들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습니다.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가을에 접어들자, 차분하고 감성적인 메이크업에도 눈길이 쏠린 겁니다. 더군다나 패션 쪽에 차분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드뮤어'(Demure) 트렌드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메이크업도 이에 발맞춰 연출하는 추세죠.

그렇다고 탕후루 립을 모두 갖다 버릴 순 없습니다. 디저트 트렌드보다 빠른 게 뷰티이기 때문인데요. 한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신제품이 쏟아지는 실정이라, 언제 또다시 탕후루 립이 유행 선두를 달릴지 모르는 일이거든요.

▲어뮤즈(왼쪽), 힌스의 팝업스토어 현장. (출처=어뮤즈, 힌스 공식 인스타그램)
▲어뮤즈(왼쪽), 힌스의 팝업스토어 현장. (출처=어뮤즈, 힌스 공식 인스타그램)

인디 브랜드, K뷰티를 이끌다…대기업도 인수전 치열

최근 K뷰티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았습니다. 한류, 그중에서도 K팝이 세계에서 통하면서 높은 관심이 K뷰티로 이어진 건데요. 대기업이 아닌 인디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화장품 수출이 돌풍을 일으켰죠.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소기업 수출은 571억 달러(약 75조28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최대 수출 효자 품목은 화장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하면서 상반기 최고 수출액인 33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죠.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 미국과 더불어 신흥 시장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한 덕분이었는데요. 특히 미국의 경우 그간 1위를 유지하던 중국을 제치고 상반기 최대 수출국 시장으로 등극했습니다. 화장품이 전년 동기 대비 61.5%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끈 겁니다.

화장품 수출 시장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기업 2곳이 90%가량을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수출 시장을 보면 인디 브랜드 비중은 68.7%에 이르죠.

K뷰티의 인기는 일본 여행에서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여행의 필수 기념품(?) 중 하나는 화장품이었습니다. 한국에 공식 진출하지 않은 해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거나, 현지 인디 브랜드 제품을 사 오는 것이었는데요. 이베이 등 온라인 직구(직접 구매)나 대리구매도 성행했죠. 그러나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재팬에 따르면 지난달 9월 큐텐재팬이 진행한 3분기 최대 할인행사 ‘메가와리’에서 판매 톱100 중 79개는 K뷰티 제품이었습니다. 1위부터 10위는 모두 K뷰티가 차지했죠. 홍대입구역 등 국내 주요 관광지에 있는 올리브영은 한국 인디 뷰티 브랜드 제품을 사기 위한 해외 관광객들로 바쁩니다.

국내 인디 뷰티 브랜드의 인기에는 △합리적인 가격 △성분 중심의 뛰어난 제품력 △트렌드를 빠르게 구현하는 기획력 △효율적인 생산능력 등이 영향을 줬습니다. 여기에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드러그스토어의 부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글로벌 마케팅, 팝업스토어나 플래그십 등 오프라인 체험 공간 구축 등이 맞물리면서 매력을 부각했죠.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사업을 시작한 한국콜마의 윤상현 부회장은 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4 서울뷰티위크' 개막식에서 "K뷰티의 성공 요인은 온라인 중심의 젊은 고객이 늘어나고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라며 "K뷰티만의 스타 브랜드가 지속해 탄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완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기업도 트렌드에 빠삭한 인디 브랜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인수전에도 뛰어드는데요. K뷰티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더마 개발·판매사인 코스알엑스 지분을 추가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색조 전문 브랜드 힌스 개발·판매사 비바웨이브를 인수했죠. 이들 기업은 인디 브랜드 인수 후에도 독립경영 체제를 통해 고유의 개성과 특성을 유지, 성장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 (출처=장원영 인스타그램)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 (출처=장원영 인스타그램)

장원영이 쏘아 올린 '탕후루 립'…어떤 매력인데?

색조 화장품 중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립 메이크업 제품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브랜드마다 대표 립 제품 하나씩은 꼭 갖추고 있기도 하죠.

최근 시장을 강타한 건 '탕후루 립'이었습니다. 입술이 촉촉하다 못해 설탕 코팅을 입힌 듯 반짝이고 탱글해 보이면서 탕후루의 질감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인데요. 이 유행을 쏘아 올린 건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일 겁니다.

잘파 세대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장원영은 입는 것부터 바르는 것까지 죄다 화제를 빚습니다. '장원영 같은 입술'이 대란을 일으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통상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매트한 질감의 립 연출이 유행하는데, 지난겨울에는 아이돌 팬덤과 X(옛 트위터), 틱톡 등 SNS를 중심으로 광택을 강조한 윤기 있는 입술 화장법이 주목받았습니다. 트렌드에 빠른 인디 브랜드는 물론이고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까지 앞다퉈 글로시한 광택의 립 메이크업 제품을 쏟아냈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들여온 '아워글래스'의 '팬텀 볼류마이징 글로시 밤'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제품과 함께 프라이머 등 신제품의 흥행에 힘입어 아워글래스 지난해 매출은 249% 뛰는 성과를 거뒀죠. 해당 제품은 유리알 같은 광채, 도톰해 보이는 효과를 선사하면서 '원조 탕후루 립'으로 불립니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 신규 색상을 추가로 출시하면서 노를 저었죠.

네이처리퍼블릭의 스틱형 제품 '허니 멜팅 립'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약 1년 만에 100만 개가 팔려 나갔습니다. 11일 뷰티·패션 매거진 얼루어 코리아가 주관하는 '2024 얼루어 베스트 오브 뷰티'에서 올해 최고의 컬러 립 플럼퍼로도 선정됐는데요. 탱글탱글하고 고급스러운 광을 연출, 한층 더 도톰한 입술을 연출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롬앤의 '쥬시래스팅', '글래스팅 워터 글로스'는 주요 색상이 수시로 품절되면서 인기를 끌었고요. 장원영이 모델로 활약 중인 어뮤즈는 최근 일본 시부야 'XYZ 도쿄'에서 '어뮤즈 인 하라주쿠 : 듀 가든'을 주제로 팝업스토어를 개최했습니다. '어뮤즈 듀 틴트'는 '장원영 틴트'라는 별명이 붙은 어뮤즈의 대표 제품인데요. 이 제품은 일본 주요 판매 채널 큐텐, 라쿠텐 등에서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일부 색상이 품절되는 등 인기를 자랑했죠.

이밖에도 라카 '젤링 누드 글로스', '프루티 글램 틴트', 코스노리 '워터 블러리 틴트', 힌스 '로 글로우 젤 틴트', 컬러그램 '탕후루 탱글 틴트' 등이 국내외 판매 채널 순위 상위권을 휩쓸며 '탕후루 파워'(?)를 입증했습니다.

여기에 입술을 크고 도톰하게 보이게 하는 오버립 유행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립펜슬, 립글로스에 대한 관심도 높았죠.

▲(출처=LG생활건강 제공, 퓌, 에이오유, 데이지크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LG생활건강 제공, 퓌, 에이오유, 데이지크 공식 인스타그램)

제형에도 유행이 있다고?…돌고 도는 유행의 세계!

주목할 점은 '제형'도 유행을 탔다는 겁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0월 빌리프, CNP, 비욘드, 글린트, 수려한 등 5개 브랜드에서 동시에 촉촉함을 강조한 '립세린'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11월엔 더후, 숨, 오휘 등 주력 브랜드에서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서 보습과 윤기를 강조한 립 제품에 공을 들였죠.

특유의 용기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산화와 오염을 방지하고 유효성분을 보호,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사용감을 유지하는 '에어핏'(Air-fit) 용기를 사용했는데요. 이를 기점으로 보습 효과와 색조 화장품의 매력을 동시에 잡은 컬러 립밤 경쟁에도 불이 붙었죠. 멜팅 밤, 립 마스크 등 다양한 이름의 립 제품이 출시됐습니다.

무엇보다 '팟타입' 제품들의 등장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용기도 단지 모양으로 동글동글 귀엽죠. 손가락이나 브러쉬에 묻혀 입술뿐 아니라 볼에도 사용하기 제격입니다.

사실 이는 약 10여 년 전 로드샵이 성행하던 시절 유행하던 제품입니다. 크림 치크, 립앤치크 등 다양한 팟타입 제품들이 다시금 유행을 끈 건데요. 촉촉한 제형은 물론 보송보송한 질감의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죠.

대란을 일으킨 아이템으로는 의 '립앤치크 블러리 푸딩팟'을 꼽을 수 있습니다. 퓌는 설립 3년여 만인 2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신생 인디 브랜드는 대기업보다 자금력이 확연히 부족해 오프라인이 아닌 이커머스 시장에 집중한다는 통념도 깼죠.

에이오유의 '글로이 틴트 밤', '매트 포슬밤'은 신규 컬러가 추가될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됩니다. 장원영, 에스파 등 인기 아이돌과 셀럽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글로이 틴트밤은 맑은 색감과 반짝이는 질감으로 '물먹립'을 연출하기 딱이라는 호평이 나옵니다. 매트 포슬밤은 입술에 얇게 밀착되는 제형으로 촉촉하게 발리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가벼운 사용감이 특징이죠.

뷰티 맛집(?)으로 입지를 굳힌 다이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손앤박 아티스프레드 컬러밤'은 출시 후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매장에서 종종 품절되는데요. 3000원의 가격이라고 무시해선 안 됩니다. 6만3000원짜리 샤넬의 '립앤치크밤'과 유사한 기능을 자랑하거든요.

이밖에도 클리오 '에센셜 립치크 탭', 잉가 '워터 프리즈 립 앤 치크', 데이지크 '수풀레 컬러 팟', 웨이크메이크 '오버 블러링 팟' 등 다양한 팟타입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을 정취가 깊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탱글한 광을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단순 유행템을 넘어선 일상템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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