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칼럼] 한강의 ‘기적’은 ‘한강의 기적’ 덕에 가능했다.

입력 2024-10-27 18:4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자유기업원 이사장

세계 10위 경제대국 키운 시장주의
물질적 풍요에서 문화예술도 ‘활짝’
시장경제 다져야 더많은 기적 나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온 국민이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지만, ‘역사 왜곡이다’ ‘지나치게 외설스럽다’ 등 그의 소설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그의 소설 내용이 어떻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강 작가가 자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그런 글을 쓸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그러한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고 노벨문학상 수상 역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자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정치권과 문화계에 그러한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은 성공한 국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을 당시 1인당 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였다.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로 성장했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 됐고, K팝, K드라마, K푸드 등 K컬처가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식민지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이렇게 발전하고 성공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받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이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한국의 성공 사례로 시작한다. 그들은 한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포용적 체제’를 채택한 덕분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된 이후 인류가 잘살게 됐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실천한 국가는 풍요와 번영을 누렸다. 그 반대의 길로 갔던 국가는 모두 고난의 길을 걸었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고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물질적인 풍요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문화도 발전시켰다. 이 같은 사실은 산업혁명 이후 정신적인 문화가 꽃피운 것에서 알 수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비롯해 문학이 크게 붐을 이루었던 것은 산업혁명으로 종잇값이 내리고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해 도서 구매가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19세기에 당시 문화적 비주류로 가난했던 인상파 화가들이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발달로 각종 물감, 붓, 크레용, 종이류 등 미술 재료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작품 활동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유가 많아지고,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창의적 활동을 하는 사람이 먹고살며 생활할 수 있는 문학과 예술 형태가 다양해졌다. 고전음악 외에도 블루스, 로큰롤, 재즈, 디스코, 힙합 등이 확산했다. 또 과거 작가들은 소설이나 희곡 등의 베스트 셀러를 써야만 먹고살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작가들은 시나리오, 전기, 여행기, 웹툰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돈을 벌어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부유한 경제는 다양한 문예사조가 공존할 수 있게 한다. 경제적인 안정은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사회 관습적 가치를 거부할 여지를 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반감을 갖는 아방가르드 작가나 예술가들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사실 부나 물질적인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작가나 예술가들은 부유한 사회에서만 감당할 수 있는 사치재 같은 존재들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부나 물질적인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물질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보다도 물질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필요하다. 과거 중국의 대약진운동, 북한의 천리마 운동 등에서 보았듯이 사회주의 국가들은 표방하는 이념과는 달리 오히려 산업생산, 물질적 목표를 추구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희생을 더 많이 요구한다. 따라서 속세를 떠난 삶을 살고 싶거나, 물질적인 것을 떠나 어떤 정신적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박해받게 된다. 그와는 달리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개인의 목표가 무엇이든,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그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따른 ‘한강의 기적’ 때문에 한강 작가의 ‘기적’이 가능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채택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비난하며 그로부터 멀어지려고 할 게 아니라, 사유재산권과 경쟁 등을 제한하고 있는 제도들을 개혁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더욱 가까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각 분야에서 제2, 제3의 한강의 ‘기적’이 나올 수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더 귀엽게, 더 화려하게’ 백화점 3사, 크리스마스 테마 경쟁 돌입
  • 단독 글로컬대학 연속 ‘고배’ 충남대, 이번엔 공주대와 통합 검토 [반환점 넘긴 글로컬대학]
  • 마지막 카드는 녹취록 공개?…박지윤도 율희도 여론 반전 [해시태그]
  •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뷰티 트렌드…'탕후루 립'은 끝일까? [솔드아웃]
  • '앞으로 1승' KIA, 5차전서 삼성 꺾고 KS 우승 확정 지을까
  • 서학개미는 최애도, 차애도 ‘테슬라’…주가 향방은
  • 미국 빅테크 기업 전력 확보전에 전선·전력주 다시 꿈틀
  • [유하영의 금융TMI] "풍선효과 차단" 2금융권으로 넘어온 ‘가계빚 관리’
  • 오늘의 상승종목

  • 10.2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584,000
    • +0.95%
    • 이더리움
    • 3,483,000
    • +1.04%
    • 비트코인 캐시
    • 491,500
    • +0.22%
    • 리플
    • 720
    • +0.7%
    • 솔라나
    • 246,800
    • +4.71%
    • 에이다
    • 472
    • +2.83%
    • 이오스
    • 625
    • +1.3%
    • 트론
    • 231
    • +0%
    • 스텔라루멘
    • 132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64,400
    • +1.9%
    • 체인링크
    • 15,400
    • +0.33%
    • 샌드박스
    • 352
    • +3.23%
* 24시간 변동률 기준